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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컨셉과 Dos & Don'ts

하우투 스몰 브랜딩 - 2. 컨셉

풀무원처럼 컨셉이 명확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자연을 담은 그릇'이라는 슬로건이 선명하게 새겨진 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하지만 컨셉의 힘은 비단 인지도와 매출을 높이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컨셉은 브랜드의 기업 문화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른바 Dos & Don'ts, 즉 내부 규율을 만들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생면과 건면을 만들지만 튀김면은 만들지 않는다. '자연'이라는 그들의 컨셉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이처럼 브랜드의 방향성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존재한다. 그들의 컨셉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가 무인양품, 즉 무지를 떠올릴 때마다 느끼는 정갈한 이미지도 이 같은 엄격한 브랜드 관리에 힘입은 탓이 크다. 결정적인 경영 위기에 찾아왔을 때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들의 내부 규율을 담은 '무지그램'이라는 매뉴얼을 만든 것이었다. 손님이 들어왔을 때 해야 할 인사법을 다룬 내용부터 거의 모든 영역의 가이드가 적혀 있는 이 매뉴얼은 웬만한 책장의 한 면을 채울 정도로 엄격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무지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바로 느낄 수 있는 컨셉의 힘이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모두 제거한 심플함의 컨셉은 바로 여기서 왔다.



개인적으로 브랜딩에서 있어서만큼은 국내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두 개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현대카드는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그들이 직접 만든 서체를 쓴다. 개인 사무실에 걸린 그림도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아웃이다. 배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슬로건은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그들 자신만의 규칙이다. 모두가 함께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하면 삼진 아웃이다.


호주에서 탄생한 이솝은 더욱 엄격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놓일 장소의 사진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곳엔 아예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들이 일하는 장소에는 개인적인 용품을 놓이 못하는 규칙까지 있다. 호텔의 화장실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손세정제 하면 이솝이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브랜드의 컨셉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치열함에서 나온 결과가 바로 컨셉의 영향력과 직결된다.



일부의 크리스천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묶었다. 트로트 가수인 태진아는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이처럼 컨셉을 만들고 지키는 영역은 철학과 규범을 넘어 비주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떤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컬러가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브랜드가 되었다는 뜻이다. 스타벅스나 코카콜라가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을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컨셉의 뿌리는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아이덴티티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명확해야만 Dos & Don'ts를 정할 수 있다. 한 때 TV에 소개돼 유명세를 떨쳤던 제니퍼소프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놀면 안돼요?'이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도 잘 모르겠는 이 회사는 그 '자유함'의 이미지로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 지하에 수영장을 만들고 오후 4시에 출근해도 괜찮은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명확한 컨셉은 이처럼 하나의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제 카페는 커피를 팔지 않고 컨셉을 파는 곳이 되었다. 전국에 13만 개를 헤아리는 카페가 생존을 위해 차별화를 고민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런 카페의 컨셉은 과연 어디서 올까? 바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의 개성과 취향, 철학과 가치관에서 나온다. 이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한 '컨셉 휠' 같은 도구와 방법론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창업자가아이템과 입지 만큼이나 이 컨셉의 중요성을 자각하는가의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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