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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전략의 기원

하우투 스몰 브랜딩 - 3. 브랜드 전략

'전략'은 전쟁 용어다. 굳이 어원을 따지자면 적군보다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보다 높은 고지를 점령하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에 맞기 대응하기가 쉽다.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싸우는 잇점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전략은 왜 필요할까? 비슷한 카페가 몰려 있는 동네라면 큰 길 가에 있는 가게가 유리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를 부동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디야가 스타벅스 맞은 편에 매장을 여는 전략을 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략은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시장으로 가져온 단어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힘이 좋으면 맞짱을 떠야 한다. 머리가 좋다면 더 힘 센 친구를 사귄 후 함께 싸울 것이다. '지피지기' 역시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전술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전략은 '나를 알고 시장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앞선 3개의 장에서 줄곧 이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다. 브랜드 전략은 표현만 다를 뿐 시장에 나의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레드불'이란 음료가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박카스와 비슷한 소프트 드링크로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느 날 '에너지 드링크'란 전에 없던 새로운 분류를 가지고 시장에 들어왔다. 프로스펙스의 '워킹화'란 컨셉이 이곳에선 전략이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소설 속 톰 소여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지루한' 페인트 칠하기를 돈을 받고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 버렸다. 레드불과 프로스펙스, 노동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자신을 바꿀 수 없기에 시장의 룰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이른바 '귀족의 감자'를 기억나게 한다. 아무도 먹지 않는 감자를 귀족만 먹을 수 있게 하자 너도 나도 먹기 시작했다는 이 일화는 그저 재미난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놀라운 전략인 것이다. 스와치도 이런 전략으로 디지털 시계가 득세한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 본연의 용도가 아닌 패션 용품으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면서 생존을 넘어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럭키'를 쓴 김도윤 작가는 지방대 출신이다. 토익 점수가 200점 대에 머무르자 그는 영어에서 완전히 손을 놓아 버렸다. 그리고 가능성 있어보이는 공모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결과를 담은 책을 쓴 후에는 모교의 총장을 찾아가 1,000권의 책을 파는 다이렉트 마케팅을 했다. 이후로는 작가와 유튜버로 전향해 사람들의 궁금해말한 소재들을 엮어 7권의 책을 썼다. 그가 만일 서울대 출신의 작가였다면 얼마나 평범했을지 상상해보라. 지방대 출신이라는 약점이 그 앞에선 되려 장점이 됐다. 이것이 본질은 지키면서 시장의 인식을 바꾸는 브랜드 전략이다.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가게라면 아예 간판을 떼버리라. 번잡함을 싫어하는 소수의 멤버십만을 받는 아지트의 컨셉으로 전환하라. 1층에 가게를 얻을 수 없다면 2층에 카페를 만들면 된다. 손님의 추천이 없으면 찾아갈 수 없는 비밀의 카페로 컨셉을 정하면 된다. 가게 위치가 반지하라면 '빌로우below'라고 네이밍하라. 카운터만 남기고 문을 없애라. 손님이 찾아오면 숨어 있던 문을 열고 반지하의 홀로 들어가게 하라. 이것은 내 상상에서 나온 카페가 아니다. 성수동에 실재하는 힙한 카페의 이야기다.


전략의 본질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내게 유리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달라질 수 없다면 시장의 규칙을 바꾸면 된다. 내가 물고기라면 사자와 땅에서 싸우면 안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바다로 끌어들여야 한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만드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모든 브랜드 전략은 '지피지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의 필요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자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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