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7-2. 유니타스브랜드와 5만 번의 '좋아요'

하우투 스몰 브랜딩 - 7. 디지털 브랜딩

얼마 전 내가 몸 담았던 유니타스브랜드의 공 사이트가 전면 무료화되었다. 지난 10년 이상 격월로 취재하고 기사화했던 모든 내용을 로그인만 하면 볼 수 있게 되었다. 거의 1년 이상 사이트 개발에 올인했던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일이다. 일을 배우기 위해 온 인턴들이 하루 종일 기사를 업데이트하며 투덜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시도했던 페이스북은 인턴들의 도움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가장 많은 조회를 기록한 게시물은 '좋아요' 수만 5만 개를 넘었다. 격월간 종이 매거진에서 일했던 내가 누구보다도 디지털을 곱씹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나를 포함한 서너 명의 정직원이 인턴들의 도움까지 받아 1년 이상 걸려 만든 사이트는 철저히 실패를 맛보았다. 매일 같이 개발자를 들볶으며 만든 사이트는 개발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인쇄된 종이책의 활자를 텍스트와 아미지로 올리는 일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회원 가입은 커녕 기사 검색도 열람도 하지 않았다. 다행인 건 그들이 페이스북에는 열광했다는 점이다. 운영한지 3년이 되지 않아 '브랜드'라는 전문 내용을 다루는 페이스북에 7만 가까운 사람이 팔로우를 했다. 게시물 하나 당 도달율은 최소 10만 이상이었다. 과연 이 차이는 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적어도 그 당시엔 '유니타스브랜드'라는 매거진의 영향력이 상당했었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초기만 해도 회사 대표는 어렵게 만든 기사들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취재 기간 중 발견한 외부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소스가 되고, 영감을 주는 전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 관련 기사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노하우를 배우게 됐다는 점이었다.


격월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어 달의 취재와 기사 작성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작업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쓴 기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듣는 일은 불가능했다. 트렌디한 기사들을 실을 수도 없었다. 하나의 특집을 끝내고 나면 바로 우리가 '예측한' 다음 기사거리를 찾아다녀야 했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기사를 썼다. 그 과정에 독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일단 한 번 올린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인턴들과 함께 엄선한 그 전날의 콘텐츠를 하루에 최소 여섯 번씩 페이스북에 업데이트했다. 그리고 그 반응을 토대로 다음 콘텐츠를 찾아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취재를 나가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오늘 인터뷰를 했다면 그 다음 날 바로 기사를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대표가 조회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는 인사를 일주일에 서너 번은 듣는다는    고백이었다. 문제는 그게 오프라인 매거진이 아니라 페이스북 콘텐츠였다는 점이다. 이후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웹 전문 에디터로 일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일은 내가 공식적인 퇴사를 했던 그 날에 일어났다.


퇴사를 위한 마지막 2주 휴가가 끝나던 날 나는 미디엄이라는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 동안의 페이스북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짧게 쓴 글이었다. 이 글이 밤새 퍼져나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퇴사를 했음에도 강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회사의 구성원이 아닌, 내 이름으로 돈을 버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이른바 '박요철'이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셈이었다. 그때의 미디엄은 한국으로 건너와 브런치가 되었다. 지금도 페이스북과 브런치는 나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쌍두마차로 일하고 있다. 회사를 나온지 4년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경험을 통해 배운 단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소비하고 전파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때는 수십 만원을 주고도 읽지 못했던 기사들을 지금은 회원 가입 만으로도 모두 검색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권 당 2만 원을 훌쩍 넘기던 종이 책의 내용을, 이제는 거의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 유니타스브랜드는 더 이상 종이 책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나는 장장 7개의 장 20개가 넘는 글을 단 사흘 만에 쓰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년 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마케팅과 브랜딩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읽고, 그에 합당한 가치를 전달해, 지속가능한 신뢰 관계를 맺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브랜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것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다름아닌 디지털 브랜딩이 되어야 한다. 지식의 종류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습득하고 가르치는 방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건 동네 카페의 브랜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들이 카페의 존재를 알고, 맛과 분위기를 익히고, 이를 전파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디지털 브랜딩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전 19화 7-1. 호미에 열광하는 사람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