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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05.

어느 날, 대기업에 다니던 프로그래머 한 사람이 '그림 그리기'를 배웠다. 평소 디자이너와의 의사 소통을 힘들어하던 그가 '비주얼 씽킹' 수업을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그림 수업이 이 프로그래머의 본능 속에 잠자고 있던 그리기의 열망을 깨웠다. 그는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스스로 배운 그림 솜씨는 날로 늘어갔다. 그는 결국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펴냈고 이 작은 도전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행복 화실'이라는 그림 교실을 열고 이후에는 아예 회사를 만들었다. 'J 비주얼 스쿨'의 대표 정진호씨의 이야기다.


"나는 같은 계획이라도 매일 조금씩 했다. 마인드맵만 5년, 수채화는 3년, 블로그는 12년을 했다. 그게 뭐든지 간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덩어리가 커지다 결국 빙산이 된다."



그를 직접 찾아가 이러한 성공의 의미를 물었을 때 그가 한 대답이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았다. 그 일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빠트릴 수 없는 노하우 중 하나는 바로의 그의 꾸준함에 있었다.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찾아가 함께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교실은 드물다. 그만큼 그는 쉽게 재미있게 가르친다. 하지만 그를 차별화한 것은 자신도 몰랐던 재능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지속가능함'의 힘을 알고 있었다. 그는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했다. 십 수년을 이어온 그의 블로그는 나름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정진호'란 사람을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다.



나 역시 지난 7년 이상 세 줄의 일기를 썼다. 5년 이상 영어 단어를 매일 5개씩 외웠다. 이렇게 평범하고 소소한 실천을 지속한 결과를 담아 '스몰 스텝'이란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작은 도전이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 놓았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개인과 작은 기업의 브랜딩을 돕는 컨설팅을 가능케 만들었다. 그 결과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네 다섯 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시도한 그 어떤 일도 특별하고 대단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무엇을 하든 그것을 꾸준하게 지속했다는 데 있었다.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한 '북헌팅'을 통해 배운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속에 숨은 욕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교집합을 찾아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계속하는데 있었다. 이 발견과 확인, 축적의 시간이 지속되는 그 사람은 결국 브랜드가 된다. '노인과 바다'는 실패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던 소설 속 주인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닻을 올리고 돛을 편 채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비록 어렵사리 잡은 고기는 뼈만 남았지만 그는 사자의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용기와 도전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란 유명인이나 셀럽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펙 쌓기와는 괘를 달리 한다. 많은 돈을 가진 자산가라고 해서 브랜드라 부르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변치 않는 열정을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브랜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명해질 수도 있다.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지속가능한' 실천의 결과일 따름이다. 나는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 수록 이 세상은 더욱 살기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첫 시작은 바로 '나'에게서 시작되어야 함도 잘 알고 있다. 나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그런 브랜드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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