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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브랜딩하는 두 번째 방법, 세줄 일기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07.

사람들은 비싸고 어려운 방법이라야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백 퍼센트 맞는 말도 아니다. 브랜딩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수 억 짜리 브랜드 컨설팅을 받는다 해서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내 굴지의 기업에 세계 최고의 석학이 브랜딩 과정을 진행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컨설턴트가 수 주간 반복한 것은 '질문하기'였다. 그 기업이 가진 진짜 '가치'를 찾는 과정에 비법이나 왕도란 없다.


좋은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브랜딩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킨다. 풀무원은 '자연을 담는 그릇'이란 모토로 친환경 먹거리만을 생산하고 있다. 적어도 메시지는 그렇다. 그래서 그들은 생면과 건면은 만들지만 기름에 튀긴 유탕면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 밖으로 나가는 모든 메세지를 한 부서에 관리한다. (이 내용은 그 회사 담당자를 직접 인터뷰해서 확인한 내용이다)



아무튼 나는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으로 일기를 썼다. 일반적인 일기는 아니다. 지난 7년 간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썼다. 다 쓰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쓰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만일 새벽에 쓴다면) 첫 번째 줄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을 쓴다. 둘째 줄에는 가장 행복한 경험을 쓴다. 마지막 줄에는 오늘 하루의 각오를 쓴다. 그렇게 1년 여를 써오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이 세줄 일기를 항목별로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1년에 스무 번 이상 가족에게 화를 내는 진상 아빠였다. 사람의 기억이란 이기적이서서 자신에게 불리한 경험은 간직하지 않으려 한다. 이 내용을 확인하기까지 나는 가족들에게 온화한 아빠이자 남편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쓴 기록을 외면할 순 없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내가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식은 땀을 흘려가며 도전한 '강연'이 뜻 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세상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가 거듭할 수록 나는 이전과 달리 강연을 즐기고 때론 기다리기까지 했다. 나도 몰랐던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세줄 일기는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쉽과 확실한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라는 내게 힘을 주는 그 무엇들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 세 줄의 일기를 쓰는 것,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 그 모두가 무기력하고 지루했던 나의 일상에 에너지(Driving Force)를 충전해주었다. 나는 그 경험들을 몇 개의 단어로 옮긴 뒤, 그곳에서 세 개의 분명한 가치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평안, 소통, 용기... 바로 이 세 개의 단어가 나라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가치를 강화하는 새로운 스몰 스텝을 발견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내 삶은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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