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 그 학생은 어떻게 한예종에 입학했을까?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09.
한예종은 예술계의 서울대로 불린다. 연고대를 다니던 사람들이 중퇴를 하고 다시 이 학교에 들어올 정도다. 그런 학교를 5등급의 성적으로 들어간 친구가 있다. 일로 만났던 연기학원 원장님이 해준 얘기를 옮기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뒤늦게 연극영화과에 눈을 뜬 이 친구는 중학생 때까지 양궁 국가 대표를 지냈다. 국내 대회가 올림픽 보다 더 경쟁이 치열하다는 그 세계는 훈련 역시 치열했다. 한 밤 무덤가에서 활을 쏘기도 하고, 목에 뱀을 두른 채 시위를 당기기도 했다. 그 어떤 경기보다 몰입과 집중이 필요한 경기가 바로 양궁이다. 이 얘기를 듣던 학원 원장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결국 그는 한예종에 입학했다. 무엇이 5등급의 이 학생을 한국 최고의 예술대학교에 진학하게 했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경.면접장에서 이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저는 양궁 국가대표를 지냈습니다. 수없이 많은 훈련을 통해 배운건 바로 집중력 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몰입고 집중 아닌가요? 저는 연기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양궁을 통해 집중력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연기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나 양궁이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한예종 교수들은 이 학생에게 입학을 허락했다. 한예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조건을 정확히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론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잘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과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 학생은 자신의 차별화된 장점이 무엇인지를 한예종 교수들에게 어필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이 학교가 가장 바라는 인재상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5등급이라는 걸림돌도 무시할 만큼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컨설턴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일 이 학생이 자신의 차별화된 가치를 발견해준 학원 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어쩌면 이 핵생은 한에종이 들어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회사의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몰랐던 회사의 차별화 요소, 세상의 필요를 발견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존재 이유다.
다행히 세상이 이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단순히 스펙만 좋은 사람 보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사람들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억대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의 채널을 자세히 살펴 보라. IT 분야의 독보적인 유튜버인 '잇섭'의 경우 단 한 번도 자신의 스펙을 자랑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얼굴도 잘 생긴 편이 아닐 뿐더라 발음도 부정확하다. 하지만 다양한 IT 기기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 그리고 B급 감성의 유모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과 같은 유튜브 세상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삶을 어렵지 않았을까? 대도서관이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고졸 출신의 유튜버.JM이 그렇다. 세상은 과거와 다른 기준의 사람들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니 나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깊이 고민해보자. 내가 쓴 '스몰 스텝'의 나의 스펙 때문에 팔린 책이 결코 아니다. 지방대를 나와 직원 수 스무 명이 채 안되는 조그만 회사에서 경력을 끝냈다. 남에게 내세울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만의 방법으로 나를 브랜딩하는 '스몰 스텝'이라는 방법론을 찾고 실천했다. 7년 이상 꾸준히 실천하고 그 변화를 브런치에 기록했다. 사람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내 책, 내 강연을 찾았다. 누구보다도 '평범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차별화 요소가 됐다. 저 사람이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뜻 밖에 차별화 요소가 됐다. 나는 나를 그런 식으로 브랜딩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탐구해보라. 그 어떤 스펙보다도 당신의 삶을 바꾸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되리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