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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데즈가 행복한 이유에 대하여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10.

영화 '소울'에 나오는 데즈는 해병대 출신의 이발사이다. 그는 원래 수의사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아픈 딸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꿈을 포기하고 이발을 배웠다. 그러나 그의 얼굴엔 수심이 없다. 이발을 하기 위해 찾아온 주인공에게 인생의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에 그의 이발소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주인공이 이발사 데즈에게 묻는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쉽지 않냐고. 하지만 데즈는 밝에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수의사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돕고 행복하게 만드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다시 말하지만 나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유명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펙을 쌓는 일과도 거리가 있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브랜딩의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다. 브랜딩이란 나만의 차별화된 능력으로 세상의 필요에 화답해가는 과정이다. 단순한 '직'이 아니라 평생의 '업'을 찾는 일이다. 직업이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일에 가깝다면, 업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발견하는 '소명(Calling)'을 찾는 일에 가깝다.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 일을 의미한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해서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발사 데즈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웃고 행복하게 만드는 이발사란 직업을 찾았다. 직이 아닌 평생의 업을 찾은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업을 통해 타인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을 '브랜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존감이 높으며 타인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보람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당연히 팬덤이 생긴다. 기쁨과 보람이 함께 하니 꾸준하게 그 일을 해나갈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숙달된 기술과 좋은 평판을 얻는다.


나는 개인과 기업의 '이야기'들을 찾아다니는 브랜드 스토리 파인더다. 그리고 회사와 개인의 브랜딩을 돕는다. 때로는 네이밍, 때로는 스토리, 때로는 책의 형태로 그 고민을 담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나는그 과정이 너무 보람되고 기쁘다. 잘 할 자신이 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지혜를 배운다. 내게는 그 한 사람, 그 가게, 그 기업 하나가 배움과 깨달음의 대상이다. 그렇게 일하자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기 시작했다. 당연시 수입도 늘었다. 주변의 평판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의 조그만 영역에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이 조금씩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나의 브랜딩 분투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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