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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소영 Dec 04. 2018

그 말.

그 말이 하고 싶었다.

5살 큰 애의 얼굴에서 두려움과 경멸을 느꼈다. 그 순간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아마도)마음의 끈이 툭 풀어졌다.

그렇게 뭉그러지며.


육아를 하면서 수 없이 느꼈지만 나,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육체의 연약함은 정신적인 노력으로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없는건가.

아이를. 상대로.


어디든 금방이라도 고꾸라져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하고.


나는 또 똑같은 소릴 할테지. 이야기해봐야 달라질 건 없겠지. 내 몫이니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절주절 입에서 흐르는대로

이야길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좀 많이 지쳤고.많이 외로워."


이 말이 나오자마자 커다란 댐의 수문이 열린 것처럼.

지체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내뱉고나니 낯설었다.

바로 그 말이었는데.

그 말을 하려고 했구나.

역으로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자아.

네 고통은 별 일이 아니며,

충분히 생활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튀어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밀어넣던 자아가 숨을 죽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어.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지.

라고 팔짱끼던 자아가

입을 다물었다.


가능하면 추해지지않게

잘 삭여봐 어른스럽게.

라고 준비했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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