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전에 내 쪽을 바라보고 사랑한다말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허공을 내려다보는 눈이 잠시 깊어지고 살포시 모은 두 손도 한 동안 잠잠하더니이내 손발을 퍼덕대며 하품을 했다.
유리알같던 아기시절 모습을 지금의 모습 속에 자주 겹쳐본다. 그 아기가 지금의 너이다. 그것이 황홀해서 계속 본다. 어느 덧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제법 논리를 펴는 나이가 되었다. 맑은 유리창 같은 시간이 나이테처럼 겹쳐져 한 장 한 장의 속성은 그대로이나 좀처럼 들여다보기 힘든 깊이가 되었다. 아이의 성장은 규칙적이기보다 순간순간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그 순간을 놓치면 뒤늦게 발견하게되는 거리감에 놀라고만다. 물론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적은 없다. 원래 타인이었지만 더욱 더 곁에서 단단해지는 아이. 밤에 피고 낮에 진다는 어느 꽃과 같이신비로운 아이.
아이가 잠이 들면 이 낯설고도 두려운 응시를 한 동안 계속해본다.
나의 당연한 함축을,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생활의 괄호부분을 아이는 결코 그냥 넘어가는법이 없다. 오타 한자도, 띄어쓰기 하나도. "엄마,아까 분명 한 번이랬잖아." "엄마,그게 무슨 뜻이야?""다시,뭐라고" 일일이 대꾸하는 수고로움에 가끔 진저리를 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는 하나하나의 무게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각각의 자극과 물음 끝엔 잔상도 없고 미련도 뒤끝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온도나 감촉은 온전히 소화되어 몸에 새겨질 것이다. 이 무섭고 놀라운 성장이 나는 문득문득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