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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20. 2017

동·식물이 주인이고,
인간이 손님이 되는 자연의 땅

짧았던 사파리의 경험의 이야기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원래는 브런치 이벤트로 글을 작성하려 했으나... 외국에서 인터넷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사진을 몇 장 추려 구색을 맞추고 글을 쓰려하니

이런 벌써 하루가 지나버렸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아직 기간 안에 있지만 한국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쓴 글을 그냥 묻히기는 뭔가 서운하여 이렇게

다시 이어 간다..


글의 내용이 다 발라먹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선가시처럼 빈약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음 하는 마음이 크다.


남아공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한 여행이 바로 사파리 투어인데 자세한 내용은 한국에 도착해 시리즈로 잘 풀어서 쓰겠노라.. 지금은 그냥 여행기간 있었던 나의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여행에서 느꼈던 마음들을 보따리장수처럼 풀어 보이려 한다.



비행기가 막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착륙하려 할 때의 나는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이런저런 소문들 때문에 풍경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다.


남아공의 공항은 악평이 난무했었는데 일단 공항 입국심사를 지나서 나오면 현지 공항에 있는 경창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러서 가방검사를 하면서 콜라가 먹고 싶다는 둥.. 이런저런 꼼수로 사람 진을 빼내어 결국에 얼마의 돈을 받으면 이내 웃으면서 웰컴 투 프렌드~라는 쓰잘 대기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친절했고 아무런 막힘없이 공항 밖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운이 좋았다고 한다. 뭐 복불복이라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사파리 투어를 하기 위해 국립공원에 도착했을 했다.

현지에 아는 지인이 있어서 그의 차를 타고 투어를 진행했는데 그 친구가 해주는 말이 이 국립공원의 크기가

서울 면적의 36배라고 한다. 그래서 사파리 안에 각 숙소를 예약해서 거기서 왔다 갔다 하면서 투어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정말 아프리카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뜨겁다.. 다만 건조해서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기에 그것에 만족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내려놓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투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저녁에 밖에서 바비큐 할 때 구워 먹으려던 마시멜로가 원숭이 손으로 넘어가버렸다. 우리가 문을 열고 잠시 쉬는 동안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는 순식간에 가져가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놈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랴, 마시멜로 봉지를 두 손으로 자연스레 뜯더라... 그 모습을 보며 허탈감과 함께 웃음이 났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2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투어를 하기로 했다.

[ 각 아프리카 나라별로 사파리 투어가 약간씩 다르니 잘 참고 하시기 바란다. 내가 투어를 했던 국립공원은 루거 국립공원이다. 남아공에 위치하고 있다. ]


해질 무렵의 사파리는 정말 멋있다.

사실 처음 사파리 투어라고 얘기 들었을 때는 TV에서 보던 세렝게티 초원에서 얼룩말, 사자, 기린, 코끼리가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아니다.


울창한 숲과 초목들만이 보인다. 동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봐야지 지나가다 우연히 하나 걸린다. 다만 정말 많이 보이는 동물들이 있는데 초식동물들이다. 역시 숫자로 밀어붙인다. 들은 이야기로는 육식동물(사자, 표범, 치타 등)은 정말 정말 보기 힘들고 코뿔소는 그것들보다 더 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내가 누군가?! 운 하나는 타고났다.

정말이지 보기 힘들다던 코뿔소를 그것도 두 마리가 연애중이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트럭 만한 코뿔소를 바로 앞에서 보니 쪼그마한 심장은 더욱 쪼그라들고 식은땀은 줄줄. 까딱하다간 우리한테 돌진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조용히 신경 거스르지 않게 가만히 있어야 한다.


여기의 주인인 저들이 자리를 비킬 때까지..

정말 친구랑 숨죽여 코뿔소의 움직임 하나하나 세세하게 놓치지 않고 보았다.


코뿔소 커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내 심장은 아직 흥분했는지 요란하게 떨리고 있었고,  해는 저물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황홀했다.

첫날 너무나 완벽한 사파리 투어에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하지만, 일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 나갈 채비를 다하고 잠시 카메라를 침대 위에 올려놨는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딱딱한 돌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 휴...


아직 여행 시작인데....... 겉모습은 괜찮으니 안심을.... 하긴 제일 많이 쓰는 줌렌즈가 반으로..

한여름날 잘 익은 수박 쪼개지듯이 시원하게 갈라져 있었다.


아하하하하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속에서는 눈물 한 바가지를.. 겉으로는 괜찮다 괜찮다

( 이 사건이 내 여행 내내 고충을 가져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나는 안 좋은 일은 금방 잊어버리려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웃으며 괜찮다 고치면 된다. 다른 렌즈도 있으니 상관없다 말하고 사파리로 발길을 돌렸다.


역시 단순한 나다. 자연을 보니 금방 잊힌다.

그들의 땅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실제로 차에서 내렸단 사자 밥이 될 수 있으니 마음으로만...


따로 동물들을 보지 않아도 좋다.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아직 부족한 글재주와 사진으로도 어렵다.

다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들은 아무런 제제 없는 자연 속에서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는 자체가 나를 설레게 하고 짜릿하게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불쑥 나오는 숲 속의 주인들은 우리를 마치 자신과도 같은 동물로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쓱~ 한번 훑어보고 관심 없이 지나간다.


작은 동물원안에서 인간들 틈 안에 갇혀진 그들이 아닌 드넓은 대지와 숲 속에서 자유로이 살아가는 동물들이야 말로 진짜 살아있음을 느꼈다.


(루거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에는 차에서 내리는 일은 금지하고 있으며, 또한 차에서 머리를 내놓다가 공원 관리자에게 적발될 때에는 고액의 범칙금을 물 수도 있습니다.)




3일 동안 보기 힘들다던 동물들을 거의 다 보았다. TV에서 보았던 그들이 아닌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동물들을 보면서 사진을 찍기 힘들어 아쉽다는 생각은 금새 없어지고 그냥 그대로 그렇게 그 자리에서 잘 있어줘 감사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생각한 곳에 너무 멋있게 있었던 사자와 항상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아기코끼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코뿔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드넓은 대지와 초원의 주인으로...


길을 늘 새로움과 마주한다. 언덕 너머의 다음 길에서는 설렘을 마주치고 다양한 경험과 기분 좋은 긴장감 등이 나를 항상 다른 여행으로 이끈다.


비록 렌즈가 망가져 다음 일정들에서는 핸드폰으로 대부분 찍었지만.....

앞으로의 여행도 늘 안전하고 설렘 가득한 여행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은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여행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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