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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Nov 13. 2024

트럼프 공포에 질린 한국 증시

트럼프 1기 말 코스피 3000 넘었다던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이후 5 거래일 동안 한국 증시는 한마디로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됐던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2563.51이었지만, 13일 종가는 2417.08로 6%가량 하락했다. 8월 5일 급락 이후 지수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다.

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가가 5만 원대를 겨우 턱걸이 한 수준인 5만 600원으로 전일 대비 4.53%나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시총을 감안한다면 폭락에 가까운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PBR 1배는 5만 5000원선인데 PBR 0.9배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당시 급락 이후론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위 내 대형주 중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PBR 1배 이하로 떨어진 종목은 무려 11개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LG화학, 삼성 SDI, 포스코홀딩스, 현대모비스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그룹의 대표 기업들이 모조리 PBR 1배 이하의 청산 가치만도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폭락의 이유는 당연히 트럼프의 재선 성공이다. 트럼프에 대한 공포는 관세 폭탄과 보조금 삭감, 방위비 급상승 등 전방위적으로 우리 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도 이미 1400원대를 뛰어넘었고, 모든 지표가 공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이 같은 공포는 그가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앞으로 2개월여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이후 트럼프가 실제 어떤 파적(?) 정책으로 우리 기업과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인가에 따라 여파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현재의 공포는 과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 1기 집권기간인 2017년 1월~2021년 1월, 코스피지수 월봉 차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대세 상승장은 논외로 치고 2017~2018년 트럼프 1기 전반부엔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로 호황이었고, 바이오 주들도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 1기 전반부에는 김정은과 평화무드도 조성돼 건설주들이 대북경협주로 묶여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엔 초반부터 트럼프와 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이 소득 없이 결렬되고, 같은 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막는 등 격동의 시기가 찾아왔다.

2019년 코스피지수가 1900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때 나는 '과연 이 사태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 막막하고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도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2018년엔 액면 분할도 실시하며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황이 악화되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어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메모리 생산 등에 비상이 걸리면서 주가는 3만 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코스피지수의 등락이나 삼성전자 주가의 등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트럼프 1기 집권 직전까지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제조 2025'라는 목표를 내걸고 2025년까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직전인 2015~2016년 당시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중국이었고, 모든 언론 기사도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경계하는 내용이 끊이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에 대한 거친 견제와 흔들기로 '중국제조 2025'라는 시진핑의 야심은 사실상 무너지고 말았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던 중국의 기술력은 트럼프로 인해 수년간 발목을 잡혔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양대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1,2위의 경쟁력을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공도 상당 부분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트럼프가 2기 집권에서 얼마나 파괴적인 경제 정책들을 쏟아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칩스법을 건드리거나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은 기업 가치에선 핵심적인 부분이 될 순 없다.

분명 트럼프 1기 집권 기간에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친환경을 부정하는 행보를 보였다 해도, 테슬라 주가는 고공행진을 했고, 우리나라 배터리기업 주가도 4년간 뚜렷한 우상향을 했다.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우리 핵심 사업이 미국이 주는 보조금 덕분에 성장해오지 않았다. 분명 트럼프는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겠지만 이는 바이든도 똑같이 해왔던 일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 여부는 트럼프의 정책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경쟁력과 핵심 가치에 달려있는 것이다. 또 코스피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상장된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의 총합이고,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흔들릴 수는 없다.

트럼프는 말이 많은 사람이다. 1기 집권 때도 수도 없이 트윗을 날리며 온갖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초기에는 그 말 한마디에 주가도 출렁이고 환율도 요동쳤다. 그러나 너무 많인 말을 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곧 내성이 생기고, 더 이상 주가는 반응하지 않고 근본 가치로 수렴해 갔다.

오히려 트럼프에 대한 공포로 PBR 1배 이하의 대형우량주가 넘쳐나는 이때가 투자의 기회다.

삼성전자가 4만 원대가 될 일은 아마도 트럼프 공포기를 지나면 앞으로 최소한 몇 년간은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제대로 사업을 잘 꾸려나간다면 평생 없을지도 모를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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