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뎀 이론 - 멜 로빈스
<<렛뎀 이론>>은 2024년 12월에 출간되었다. 벌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에도 곧 출간되지 싶다. 제목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한데, 요즘 추세를 보면 '렛뎀'을 그대로 사용할 듯하다. 다른 말로 번역한다고 해서 느낌이 잘 살지도 않을 것 같고, 렛뎀 let them과 짝을 이루는 렛미 let me도 나오기 때문에 운율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냥 렛뎀, 렛미로 번역할 것같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자신을 통제하라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여러 자기 계발서에서 많이 보던 내용인데 왜 새롭게 주목을 받을까 싶어 읽어보니, 우선 문장이 좋다. 간결하고 명료하다. 영어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입에 착 붙는 구어체를 정갈하게 구사했다.
다음으로 메시지도 간결하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늘어놓지 않고, 렛뎀과 렛미를 어떻게 할 지 자신이 겪은 여러 상황을 예시로 들어 설명을 덧붙여가는 방식이라 실천하기도 쉽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도 꽤 도움을 받았다. 스트레스가 좀 줄었다. 핵심은 '타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통제욕 자체는 우리가 없앨 수 있는 욕구가 아니다. 식욕이 참는다고 사라지지 않듯이 통제욕도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통제의 대상을 우리가 착각한다는 데 있다. 타인의 행동과 생각은 우리의 통제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통제욕을 충족해야할 대상은 우리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다. 이 메시지가 책 전체에 걸쳐 반복되고 변주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어떤 독자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고 평점을 깎기도 하던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상황, 즉 저자가 겪은 실제 경험담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추상적으로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정말 실제로 와닿는 느낌이다. 아들의 졸업축하 파티, 나만 빼고 놀러간 친구들, 가족과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비난 받는 상황 등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어떤 부분이 렛 뎀의 영역이고 어떤 부분이 렛 미의 영역인지 짚어가며 설명해준다.
렛뎀은 단지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타인에게 주었던 통제력을 자신에게 가져오는 주문이다. 타인을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에게 나의 통제욕을 좌우할 힘을 주는 셈이다. 타인이 내 말을 따르면 충족되고 따르지 않으면 충족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불행해지는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타인이 타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정말 내가 통제해야 할 대상인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라. 타인이 나를 화나게 만들면, 타인의 말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의 반응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여러 학문적 성과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수용전념치료가 주를 이루는듯하다. 수용전념치료는 최근 심리치료에서 인기를 끄는 치료법이다. 수용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수용'한다는 뜻이고, 전념은 내가 전념해야할 대상에 '전념'한다는 뜻이다. 영어 격언 중에,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고,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를 갖게 해주십시오 라는 말이 있는데, 수용전념치료의 개념이 전부 들어 있다.
렛뎀, 렛미도 수용전념치료를 좀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표현인 듯하다. 사실 수용전념이라는 말보다 렛뎀, 렛미가 훨씬 직관적이고 기억하기 쉽다. 수용전념치료와 관련된 책이 요새 꽤 나왔다. 얼마전에 이동진님이 추천한 <<악마와 함께 춤을>>도 수용전념치료에 바탕을 둔 책이다. 최신 심리치료라는 장점도 있고 실천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이 책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
현재는 하드커버판만 팔고 있는데 글씨가 커서 읽기 좋지만, 페이퍼백으로 작게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번역해서 인용해둔다.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딱 한 사람만 움직이면 된다. 그 문제가 당신을 괴롭힌다면 당신이 움직이면 된다. 문제는 언제든지 해결될 수 있다. 당신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당신을 별로 괴롭히지 않는다면, 불평도 늘어놓지 말자. 불평은 스트레스를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듯,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투덜대기는 쉽다. 정말 불만이라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문제를 해결하자.
거듭 말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렛뎀 이론을 잊지 않고 사용한다면 문제가 얼마나 크든지, 얼마나 골치아프든지 간에 당신의 태도와 행동이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렛 미의 힘이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을 죄다 통제할 수도 없고, 세상을 바꿀 수도 없으며, 공원에서 뭘하고 놀지 대신 결정해 줄수도 없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이 하는 말, 당신이 하는 생각, 당신이 보이는 반응뿐이다. 바로 거기에서 진정한 힘이 샘솟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