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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Jul 12. 2024

그래, 그날

경기도 남양주시

작은 세상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보이는 세상에 영향을 줍니다. 큰 세상은 작은 세상에서 시작된 사건들의 영향으로 움직입니다.


생명체의 신진대사는 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작은 생명들과 다른 개체로 존재하는 작은 생명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영양분을 분해하고 소화하여 흡수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의 생로병사는 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작은 생명들과 다른 개체로 존재하는 작은 생명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우린 병에 걸리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합니다.


작은 것은 어쩌면 큰 것과 다르지 않고, 큰 것은 작은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멀고 가까움의 차이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멀고 작게 존재하는 것들에 의지해서 거대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마치 신의 눈을 가지게 된 것 처럼. 볼록한 렌즈는 작은 세상을 지척까지 당겨 옵니다. 만질 순 없지만 볼순 있습니다. 먼 거리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분주함과 치열함을 목격하게 됩니다.


효모는 당을 흡수합니다. 그리고 알코올을 내 뱉습니다. 그렇게 발효되어 곡식은 술로 익어갑니다. 작은 세상이 만들어준 선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서로의 갈등을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그 기능을 알기에 누군가는 더 좋은 효모를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건강한 효모, 향긋한 알코올을 배출하는 효모를 만들기 위해 때마다 작은 세상으로 여정을 떠납니다.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곳의 알 수 없는 영향 속에 살아갑니다. 살아 있음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빚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작은 것의 변화로 건강한 만남을 이어주는 '이스트디자이너스'의 '그래 그날'을 소개합니다.








술이름 : 그래, 그날

지역명 : 경기도 남양주시

양조장 : 이스트디자이너스

양조사 : 정창민

량 : 750ml

수 : 5.5%



효모를 연구하고 배양하는 장박사가 있습니다. 집요하게 작은 세상을 들여다보며 더 좋은 효모를 키워내기 위해 애쓰는 그에게 타협은 없나 봅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고집불통 장박사'라고 부릅니다. 효모는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만듭니다. 건강하고 좋은 효모를 만들어 팔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는 이가 없었고 자신의 술을 빚게 되었습니다.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 기포가 발생합니다. 기체로 채워지는 술병의 압력이 높아집니다. 간혹 물로켓처럼 치솟아 오르는 막걸리 영상이 sns에 떠돌곤 합니다. 효모가 과로한 탓입니다. 고집스러운 장박사의 보살핌 안에 자란 효모는 적절한 발효로 만들어진 술은 탄산감이 있지만 병을 개봉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터지진 않습니다.


열린 병구에서 은은한 사과향이 납니다. 깔끔한 단맛입니다. 사과향을 내는 효모가 장박사의 보살핌 속에 태어났습니다.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그래 오늘" 같이 은은한 사과향이 나는 술잔을 기울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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