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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Nov 02. 2024

속상한 날


 30살이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처럼 감정을 배우고 있다. 남들보다 어쩌면 느리게 천천히, 20대 중반 그 시절에서 변하지 않고 멈춰있는 사이에 시간은 저 멀리 앞서서 나를 끌고 가고 있다. 조금은 기다려줬으면 했는데 얄짤없는 매정함이 가끔 속상하게 만들었다.

 박수를 치며 웃고 인사하는 소리 넘어서 혼자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문뜩 눈물이 날 것처럼 속상했다. 길을 잃으면 다시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순진함이 점점 나를 작게 만들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정했지만 우리는 같지 않았다. 지도를 갖고 있는 누군가는 더 빨리 도착지에 도착해 길을 헤매는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다. 미로 위에 있는 누군가는 그 둘을 재밌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분간은 길 찾기를 멈추고 가만히 저 위에 하늘을 쳐다봐야겠다. 푸른 하늘, blue, 우울의 늪, 말차라떼, 초코칩이 콕콕 박혀 있는 쿠키를 먹으며 오래된 책을 읽는 삶. 이제는 더 이상 타인의 관점으로 나를 이끌지 않을 생각이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와 친해지기 위해서만 시간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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