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는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문뜩 갑자기 무서워질 때가 있다. 나이를 먹고 또는 갑자기 내가 죽어 없어진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중얼거린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너무 무섭다. 모두 없어지고 나도 없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섭다. 우주 한가운데에 떨어져 먼지처럼 아무것도 아닌 허무함이 다가와 어두운 그림자를 만드는 순간,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생각한다. 유치하고 쪼잔하고 욕심에 고집을 부리는 순간들을 떠올린다. 이래서 난 크고 싶지 않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 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