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삼수에는 땄어요
내 인생에서 단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없다.
대학 입시부터, 군대 문제, 취업, 연애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언어영역의 답안지를 밀려 써서 시작한 재수, 의경 입대 후 허리 디스크 발병으로 공익으로 전환하면서 병원 신세까지 진 34개월간의 군대 생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도 몇 년을 감기몸살처럼 앓았다. 그러니 내 인생에서 성공의 의미는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얻어 내어야 하는 값진 무언가로 정의되어있다.
취업 후 최근 2-3년간은 무언가에 도전하는 일은 크게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 만나는 것 정도일까. 좋아하는 것을 얻는 행위에 대한 도전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나도 모르는 새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아주 화가 나는 도전 거리가 있다.
면허다. XX(씨발)
10년 간 이런저런 사정과 핑계로 면허를 따지 않았다가, 최근 면허를 따야겠다는 강한 욕구가 올라왔다.
'아 올해에는 따야지', '이제는 딸 거야!'로 10년 이상을 핑계처럼 넘어가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고, 무엇보다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다니고, 함께하는 기동성에 익숙해져서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주 완성, 1주 완성'이라는 학원들의 자극적인 문구들로 학원에 등록했지만, 역시 내 스케줄에 맞추다 보면 면허를 획득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대부분 대학 입학 후, 혹은 군대 전후로 면허를 따는 것이 좋다는 친구들의 옛말이 마치 선조 어르신들의 말처럼 다가왔다.
기초 교육과 필기 그리고 장내 기능시험까지 한 번에 빠른 속도로 끝냈다. 필기 공부도 장내 운전 코스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문제는 지금 두 번이나 떨어진 도로 주행이다. 어찌나 깐깐하게 체크하시는지... 빠르게 움직이는 눈과 손으로 태블릿에 깨끗한 내 100점의 점수에 흠집을 내는 감독관이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말들과 언성을 높이는 감독관까지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난 후 내 멘털은 오랜만에 말 그대로
개! 박! 살! 이 났다.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화가 너무 많이 났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고 두 번이나 떨어진 시점에서, 시험이 끝나기 전 시험감독관과 언쟁이 붙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감독관의 지시를 따르며 응시자의 자세로 임했고, 분명히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본인이 보지 못했으니 안 한 거다 라는 너무나 무례한 태도와 무시하며 까내리는 태도에 화가 났다. 무례한 사람을 싫어하기에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던 나의 이성의 끈을 싹둑 잘라버렸고,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 꾹 참고 차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연거푸 몇 개비의 담배를 피워댔다. 시험 보기 전 며칠 동안 2-3시간씩 연습한 시간들이 그냥 너무 아까웠다.
*아니시에이팅(아니~로 시작하며 변명하는 게임용어)으로 감독관 탓을 하는 내 잘못도 있다. 하지만 3명의 사람들에게 주행을 몇 시간씩 받으면서 '크게 무리 없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운전을 못하지 않았는데... 아 이 글을 적으면서도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그다음 주 월요일에 재재 재시험 등록을 하고 오는 길에서 내리쬐고 있던 아침햇살은 덥고 그렇게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