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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E Oct 20. 2021

나는 알고 있는가

너는 알고 있는가

 나는 알고 있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 시간, 돈,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삶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나요?

- 자기 일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 모든 것에 여유 있는 멋진 사람이요.

.

.

.


숨 막히게 뜨거웠던 이번 여름은, 늦은 밤조차 숨 돌릴 수 있는 찬 바람 같은 여유를 주지 않았다.

미친 듯이 일을 하고 또 일을 하고, 그렇게 쉬지 않고 일을 찾아 남는 시간에 다른 작업들을 하며 남는 시간의 속을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차곡히 채워 넣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고사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시간 조차 없었다. 그렇게 3-4개월을 지내다가 잠깐 돌아보니 누군가를 찾고 사람을 찾고 번아웃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또 몇 주가 흘렀고,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계절이 오자, 오늘 밤은 문득 무언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번아웃이라기엔, 일을 하는 체력은 살아있고, 생각하고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도 역시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미치도록 답답한 이유는 뭘까...


- 그래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번씩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고 토해내듯 일기장에 써 내려갔던 날들이 많아, 당연하게도 또 내가 나를 잘 안다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내 마음은 불안 그 자체와 같아서, 시시각각 어루만져주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며칠 전 몇 달 전의 내 상태로 나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 이렇게 또 글을 쓰게 만들었다. 


오전 11시 재택근무로 회사 일을 하다가, 아주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까지 화가 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냥 바보같이 일처리를 했던(아주 작은 실수였다.) 스스로에게 열이 받아 포효하듯 소리를 지른 것이다.

밖에서 쉬고 계시던 어머니가 부리나케 들어오셨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나와 담배를 태웠다. 하루가 바쁘게 흘렀고,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이런저런 일들을 끝내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진단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잘못된 원인을 찾는 시간은 3분 남짓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그래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 그 답을 나는/너는 알고 있는가? 

- 아니, 아직은.


머릿속에서의 문제의 정의는 명확해졌지만, 그에 걸맞은 해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버리지 못하는 감정처럼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책상은 정리를 해도 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처럼 책상을 팔로 휘저어 그 위에 무거운 것들을 떨어뜨려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나는 또 멍하니 깜빡이는 노트북을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쓰는 글들은 주로 나와 내 감정상태를 적어놓는 순간적인 기록의 형태다. 그것이 가끔은 생각과 시간을 거쳐 멋들어지게 정제되기도, 뾰족하게 날 선 껍질을 두른 채로 기록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주제는 '나'로 귀결된다. 그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변해가는 사람,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변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서른이 지나가고 있는 이 가을의 끝자락에 서있는 나는 알고 있는가? 

- 너는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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