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인터뷰
-Q: '브랜드란 무엇이라 생각해요?'
K팀장님의 의미심장한 웃음 끝에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A: '브랜드는 팔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이미지, 물건을 팔기 위해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 바로 브랜드이고, 이를 좋은 가치와 다양한 수단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건방지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 나를 합격시켜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부끄러운 대답이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브랜드에 대해 저렇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는 패기가 나에게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의 대답이었다. 지금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그런 대답.
그 이후, 정신없이 흘러간 1-2시간의 다대다 포트폴리오 면접 끝에 S파트장님은 웃으며, 마지막 질문을 했다.
-Q: '어떻게 영감을 얻어요?'
-A: '종이를 모아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던, 그 공간이나 물건을 기억할 만한 팸플릿을 고등학교 때부터 모았습니다. 고3 때 엄마 몰래 갔던 피아노 리사이클의 티켓부터, 최근에 샀던 옷의 택들까지. 다양한 종이를 모으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파트장님은 본인도 그렇다며 아주 작게 웃으셨고, 면접은 끝이 났다.
그로부터 약 2-3주 뒤 최종 임원면접을 후 이 회사에 입사를 했다.
입사 첫날 K팀장님은 내 어떤 면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어떤 답변이 흥미로웠는지 말씀해주셨다. 30여분의 이야기 후 담배 한 대를 같이 피웠다. 갓 전입한 신병처럼 바짝 군기가 들어있던 그날이 생생하다.
처음 회사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인사를 하러 다니던 첫날, 내 책상과 전화기라고 자리를 안내받고 가방을 풀 때의 묘한 설렘. 무겁게 느껴지는 타자 소리가 가득한 건물 8층 창가 근처의 내 자리. 명함신청을 하고, 몇 주 후 내 사원증이 나오던 날까지 '진짜 내가 다니는 회사'라는 애사심과 소속감을 크게 느끼도록 도와주셨던 그리고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신 K팀장님과 S파트장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년이 가득 차 지난 지금, 먼저 상사 둘을 보내고 남아있는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제는 함께하지 못하는 K팀장님과 S파트장님에 대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