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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E Aug 14. 2022

나의 라틴일지(1)

만 서른 살에 시작한 살사 그리고 살사 일지

22년 6월 지인 S의 추천으로 그곳에 들어갔다.

역삼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 몇 개의 건물을 지나 작은 건물 위 3층에는 TV에서 보았던 공간이 있었다.

커다란 통유리와 적당히 미끄러운 나무 바닥 어색한 듯 어정쩡하게 서있는 사람들 그곳에서 나는 처음 살사라는 춤과 조우했다.


선생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곧바로 기본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1시간가량의 수업 안에서 4가지의 기본 스텝을 배웠다. 30 평생 흔들어봤던 춤이라는 것은 클럽에서 어깨춤이나 추던 나에게 스텝을 밟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동안 쉬지 않고 했던 농구, 대학시절에 즐겨했던 테니스와 스쿼시와 같은 운동들은 모두 스텝을 베이스로  운동들이었다. 스텝이라면  스텝하는게 나라는 사람이지 생각했는데... 몸을  쓴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나였는데... 간단해 보이는 스텝을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고, 반박자 늦게 힐끔거리며 따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선생님을 보고 스텝을 따라 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었는데 파트너와 함께 연습을 하며 손과 발을 맞추고 시선처리 또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멘붕'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도 벅찼다.


남자는 '살세로' 여자는 '살세라'라고 부르는데 첫 수업에 나에게 꽤나 공포감(?)을 준 살세라가 있었다.

앞서 말한 기본 스텝들을 배우며 가장 중요한 '텐션'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이것은 남녀가 손으로 프레임(기본자세)을 만든 후 서로 밀고 당기는 감각을 말한다. 이 감각만 잘 느끼면 손을 포개고 기본 스텝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다.


첫 수업의 어려운 동작은 '오픈-브레이크'라는 동작이었다. 이 동작은 남녀가 앞/뒤 다른 방향으로 스텝을 밟으며 거리가 벌어지고 당겨지는 '텐션감'을 이용하여 붙고 떨어지는 동작이다. 이 쉽고도 어려운 동작 때문에 나는 살사라는 춤을 배우는 것을 포기했(었)다.


수업의 특성상 남/녀가 로테이션을 돌며 연습을 하게 되는데, 춤의 경력이 있으신 살세로 분과 연습을 하던 타이밍이었다. 나는 기본 스텝도, 손동작도, 시선처리도 하지 못했다. 마치 실에 매달린 목각 인형처럼 모든 부분이 따로 떨어져서 놀기 시작했다. 시선은 발을 쳐다보다가 먼 곳을 쳐다보기도 하고, 귀로는 음악을 듣으며 선생님의 카운트를 맞추려 하다 보니 스텝은 맞추지 못했고, 손은 어정쩡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텐션'을 느끼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이었다.


이 동작을 못하는 스스로에게 매우 자괴감이 들고 있었는데, 조금 전 함께 연습했던 살 세라 한 분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한 바퀴 돌고 다음 로테이션 올 때까지 잘 연습해보세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연습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나에게는 시한부 선고와 같이 공포감이 느껴졌다.


한 명, 두 명 열몇 명의 파트너들이 지나고 다시 그분을 마주했을 때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은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받던 8살의 내가 있었다. 한 사이클 동안 연습했던 것은 모두 틀리고, 한 바퀴 전 보다 훨씬 못한 모습이 나왔다. 그 살세로분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던 느낌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떨렸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살사는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밖에 되지 않았다.




*1.2.3(4)/5.6.7.(8) 기본 4박자에서 마지막 박자를 쉬는 박자로 간주하며, 카운트 또한 (4), (8) 박자는 세지 않고 다음 동작이나 스텝을 준비하는 박자로 둔다.


*살사는 기본적으로 남과 여과 함께 추는 춤이다. 소셜댄스에 기반하고 있으며 남자가 90%는 리드하는 춤이다. 어떻게 스텝을 할 것인지, 어떻게 돌 것인지 파트너에게 신호를 주면 그 신호를 바탕으로 춤을 추게 된다. 그중 가장 기본 준비자세는 파트너와 손을 잡는'홀딩'이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춤 정도 되는 높이에서 손을 올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여자는 그 위로 가볍게 손을 포갠다. 손으로 꽉 잡거나, 손가락으로 누르는 등 파트너에게 부담감을 주거나 강한 신호를 주는 것은 자제하고 서로 간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로만 힘을 주는 '프레임'을 유지한다. 남자는 왼발을 기본으로 여자는 오른발을 기본으로 스텝을 밟는다. 서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발로 기본 스텝을 밟으면, 같은 방향으로 남녀가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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