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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E Mar 01. 2021

겨울의 끝, (1)

시작되지 않을 봄

'여기까지'

끝이라고 말하기 전, 마지막 순간이다.

그러니 더 이상 친절할 필요도, 무언가 대답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이미 우리가 흘러온 순간순간 그래, 당신이 말했던 그 순간에 언제나 답은 있다. 순간은 언제나 진실하다. 하지만 순간을 지나고 보면 그것은 진실하지 않다. 모든 순간 당신에게 진실했던 나와, 그러지 않았던 당신. 싫다고 이야기하는 당신의 목소리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고뇌했을지를 느끼기도, 반대로 큰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마 마지막이었을 통화에 나는 당신을 아직 좋아한다고, 노력해보자 이야기했고, 당신은 노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애써 밝게 전화하는 나의 모습을 싫어했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던 나의 절규를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 같아 싫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나는 어쩌면, 꽤 오래전부터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때를 쓰듯 시작했던 연애이기에, 더 잘해주고자 했던 내 마음은 당신에게 권태를 느끼게 했고, 배려와 감사의 마음으로 편하게 당신을 대하고자 했던 것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치부되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없게 된 시점은 꽤나 오래되었고, 나 스스로도 그것이 맞지 않는 옷인 것을 알고 있었으나 당신이 좋아서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옷을 입고 있었다. 서른에 들어 배가 나와 맞지 않게 된 옷이 많아진 나는, 그 옷들로도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법을 알고 있으나, 맞지 않는 옷들을 차곡 쌓아두는 법 역시 알게 되었다.


역시나 나는 헤어짐에 어색한 사람이다. 사실 상대방의 마음이 떠난 후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갈가리 찢겨버린 천조각을 손으로 눌러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 손이 떨리기만 해도, 작은 바람이 불기만 해도 그 천은 조각조각 형체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천이 날아가버린 자리에 남은 고요함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늘 밤 서로를 위해 여기까지가 끝이라고 나는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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