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시작한 시점과 아픈 것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늘 아팠지만 그것을 '문제'로, 특히 미래로 나아가는 데 방해물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입시를 준비하던 고교 시절,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진공 속에서 아픈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 속에서, '생애주기'의 시간표 속에서, 주변의 기대와 실망 속에서 아프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프다는 것의 의미와 위치에 대한 이야기다. 젊고 아픈 사람들은 눈앞에서 닫히는 문들을 계속 마주하며, 그다음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정답도 오답도 아닌 각자의 답들을 매일매일 고쳐 쓴다. '젊지만 아픈' 상황을 '젊고 아픈' 삶으로 변환하고자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숙고할 때 우리는 미래라는 게 무엇인지, 사회생활의 규칙이 무엇인지, 성인 됨과 젊음의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비판적이고 성찰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 봄날의 책 / 젊고 아픈 사람의 시간(전희경) 챕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