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별 Jun 29. 2022

내 생에 가장 로맨틱한 소원 in 프라하

10년 전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로맨스와 스릴러 중에 뭐가 좋냐고 하면 나는 여전히 로맨스다! 멜로가 체질인 건 아니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몸이 베베꼬이지만 미소가 슬슬 나오는 그런 달달함에 자꾸 눈이 간다. 로맨스가 좋아서였을까 나는 어쩌다 프라하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 프라하를 갔던 것은 10년 전이었다. 여행이라곤 아시아지역이 전부였던 나의 첫 장거리 비행이자 첫 유럽여행이었다. 그 당시엔 동유럽은 유럽을 많이 가본 사람들이 나중에 가는 여행지였는데 나는 첫 여행지가 동유럽이었다. 물론 나의 결정과 의견보다는 전적으로  친한 언니들의 추진력에 반은 얹혀 막내로 실려 갔다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여행 계획은 그저 언니들이 가는 데로 갈 예정이었다 보니 무 준비 무계획 첫 여행을 그저 설렘만 가득 앉고 갔다.


동유럽은 나에 눈엔 '이것이 유럽이다'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 모든 게 다 새롭고 경이로웠다. 건축물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그 당시에 동유럽엔 아시아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제대로 유럽에 온 느낌이 났다. 빈을 시작으로 잘츠부르크를 지나 부다페스트를 넘어 프라하에  온 그날 온 동네가 성과 같고 도로 위로 전차가 다닌 그곳은 어느 나라에 공주가 된 듯 내 마음을 달콤하게 달아오르게 하기 딱 좋았다.

빈에서 4시간 동안 타고 온 버스! 사실 난 그 버스마저도 신기하고 좋아 창밖을 구경하기 바빴고 프라하에 발을 딱 내딛는 순간도 너무 좋아서 어서 돌아다녀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여행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나보다 많게는 5살 이상 많은 언니들과 함께 였기에 나의 계획 나의 맘은 그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만 설레고 있었다. 버스에서도 깊은 잠을 자던 언니님들이 달뜬 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너무 피곤하지 않냐? 우리 숙소로 들어갈래? 가서 좀 자고 이따 밤에 다시 나오는 건 어때? "


아니 언니들 이제 막 발을 디뎠는데 들어가자니요. 이제 3시가 좀 넘었을까? 시차 적응도 안된 데다  4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온 서른 살 중 후반이었던 언니님들은 막내의 맘도 모르고 피곤함을 어깨에 이고 지고  호텔 방향으로  이미 몸을 자연스럽게 돌리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는 호텔로 들어간다는  말도 안 될 일이었다.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과 멀쩡한 나의 컨디션과 그리고 눈앞에 이렇게 멋진 프라하가 나를 반기고 있는데 이 마음을 그냥 프라하 입구에 던져두고 방으로 간들 난 잠이 일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저는 혼자 프라하 성까지 가보고 올게요! 숙소에서 쉬고 계세요" 

"진짜? 안 힘들겠어? 이따 같이 가도 되는데~~ 그래 그럼  우린 숙소에서 쉬다 이따 나가면 연락할게! "


첫 유럽이며, 준비는 일도 안 하고 언니들만 믿고 왔으면서 영어도 그땐 잘할 줄도 몰랐으면서 무슨 패기로 혼자 간다고 했는지 지금이었다면 나도 언니들처럼 여유로움과 휴식을 택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땐 그냥 프라하가 좋아 용기를 쥐어짜 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냉이를 위해 미리 여행을 준비했던 언니들의 친절한 구두 길안내를 꾹꾹 기억저장소에 담아  나는 프라하성으로 걸어갔다. 혼자라도 괜찮았다 아니 혼자라서 너무 좋았다 온전히 모든 게 내 것이 되는 시간! 이래서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구나~설렘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걷는 프라하 시내는 나의 기분을 나의 발끝을 한껏 하늘 위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너무 행복했다. 아직도 그 순간은 생생한 모습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있다.


아무 준비 없이 따라나섰던  여행길! 프라하성, 까를교 말고 나는 아무 정보도 없었지만 여행에 정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내 눈으로 담아지는 순간이 진짜였다.

10년 전 프라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뭐가 그리 로맨틱하게 보였는지
지금이면 스마트폰이면 되었지만 10년전엔 카메라였다 나름 인기있던 올림푸스 PEN을 들고 다니는 유행좀 아는 젊은이였구나
나의 시간을 한참이나 잡았던 까를교 위의 악사들! 모든 풍경이 그들의 선율이 정말 황홀했다. 연륜이 깃든 음악 소리!

내가 프라하에서 이 낭만을 오롯이 혼자 담을 줄 상상도 못 했지만,  순간을 누리게 해 준 피곤한 언니들에게 솔직히 매우 감사하긴 하다. 내가 프라하를 더 좋아하게 되고 기억할 수밖에 없는 건 혼자 오롯이 맘껏 누볐기 때문은 아녔을까? 그리고 우연히 만난 까를교 위 독일인 친구!  물론 그땐 그가 그저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나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 준 사람이었다.


까를교를 걷다 보면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한국이었으면 그냥 관심 없다는 듯 쿨한 척하며 지나갔을 텐데 여행지에선 뭐하나도 궁금함에 나도 기웃거렸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한 곳만 바래진 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만진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뭐에 홀린 듯 영문도 모르는 그것을 나도 만져야 할 것만 같아  줄을 서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톡톡 쳤다.


"한국인이세요? "


나는 한국말이 들리니 반가움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외국인이었다. 한국말을 꽤 잘했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회사를 5년 넘게 다니다 현재는 쉬고 있는 중이라며 여기 뭐하려고 서있는 줄 인지 아냐고 물어봤다. 나는 순진한 얼굴로 모른다고 했더니 그는 정말 이유도 모르고 여기 서있는 거냐며 한참을 웃었다.  그는 나를 줄 맨뒤로 다시 끌고 나와 끝쯤에 줄을  다시 서게 한 후  왜 사람들이 서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저 걸 만지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말하고 만져야 해요. 그럼 그 소원이 이루어진데요! 진짜로 진심으로 빌어봐요! 나도 이루어진 게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는 무슨 요정처럼 좋은 여행 되라며 자기는 기차 시간이 다돼서 언른 프라하성을 가야 한다며 떠나버렸다. 나는 앞에 한 3명쯤 남을 때까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모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지금은 혼자 왔지만 나중에 꼭 사랑하는 사람과 프라하를 다시 오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내 차례가 왔을 때 소원을 말하고 쓱쓱 나도 사람들처럼 문질 문질 했다. 그땐, 소원이 이루어질 거란 기대보단 그 순간이 좋았고 마술과도 같은 그 공간이 그저 좋았었다. 그리고 그 소원을 빌었는지도 모른 채 나의 첫 유럽여행은 마무리가 되었고 그렇게 십여 년이 흘러갔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나는 남편과 2019년 3월 퇴사를 하고 아일랜드로 떠났고 그해 겨울 유럽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겠노라 비행기에 올라탔다. 빈을 지나 잘츠부르크를 지나 뮌헨을 지나 크리스마스 당일 어쩌다 프라하를 만났다. 그때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의 소원을! 그리고 까를교에 다 달았을 때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는 까를교 위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에 젖어 있을 무렵 웅성웅성 여전히 몰려 있던 사람들을 보고서야 나는 생각이 났다! 그날이 


"자기야~~~~ 나 이제 생각났어!! 2010년쯤에 프라하 왔었다고 했잖아!! 그때 내가 저기서 소원을 빌었거든 들어준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여기 다시 오게 해 주세요 했거든~ 근데 대박! 소원이 이뤄졌어!! 자기랑 지금 우리 여기 까를교 위잖아

진짜 신기하다! 나는 한 오십 살 넘어서 은퇴할 때 되면 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렇게 자기랑 있으니 너무 신기하고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소원이 이루어진 것도 좋았지만 나만의 로맨틱했던 유럽의 공간에 내 최고의 사랑과 함께 다시 서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때 나에게 귀띔해준 외국인 청년은 나의 수호천사였을까? 로맨틱한 상상을 해보며 그렇게 여전히 프라하는 아름다웠고 낭만 그 자체였다.


여전히 그대로 온전히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던 프라하! 이 모든걸 남편과 함께 했음에 그저 행복했다.


여행은 언제나 좋다. 많은 추억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남겨주는 여행이 다. 예전에 프라하는 나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남편과 함께 나눌 거리가 생겼고 새로운 추억이 남겨졌다. 

이번에는 남편과 둘이 함께 각자 소원을 빌었다.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빌어본 소원이 언제쯤 이루어 질지는 모른지만 기다려진다.


나의 소원을 이루어준 프라하!

영원히 잊지 몰할 나의 기억 그리고 우리의 추억! 여전히 아름다울 끝까지 로맨틱함으로  채워질 프라하

참 좋았다!


PS: 다시간 프라하에 10년 전과 달라진 게 있었다면, 프라하성 그 엄청난 뷰를 담은 그곳에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의 로맨틱함을 상업성이 감히 파괴하는 건 아닌가 잠시 속상했지만 프라하의 스벅은 프라하가 스벅을 품어준 듯 자연스러웠다! 인정! 

결국 그냥 프라하라서 다 용서되고 다 좋았던 거다.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와 같은 호텔방을 쓰는 며느리 in 홍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