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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17. 2018

제주 한 달살이를 마치며

                                                                           

등산은 내 남은 생애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더더군다나 한라산?  

그러던 내가 지난겨울 얼떨결에 윗세오름까지 올랐다. 겨울 제주를 담기 위하여 제주에 왔던 날, 나와 같이 바닷가 풍경을 담기로 했던 사진 동호회 사람들은 "오늘 같은 날은 제주도 사람도 만나기 어려운 좋은 날씨예요. 무조건 올라가세요"라는 다른 관광객들의 말 한마디에  나를 딸랑 남겨둔 채 모두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어찌할까 한참을 망설였지만, 혼자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겁 많은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카메라를 두 개나 둘러맨 채 눈길을  거의 네발로 기면서 올랐다. 그리고 만난 신세계!  다리 아래로 흐르는 구름을 본 것은 비행기 탔을 때 말고는 처음이었다. 

흥분한 내가 겨우 진정한 것은 윗세오름의 휴게소였다. 컵라면을 먹고 있는 내 옆에 앉은 부부는 퇴직 후 이곳 제주로 내려와 살고 있다며 꿈같은 제주 생활의 이모저모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막연히 제주 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행한 한 달 살이. 지도에 동그라미 치며 시계방향으로 또는 지그재그로 마구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삼천오백 킬로미터나 달렸다. 처음 제주에 도착한 날, 애월의 까만 현무암 투성이의 바닷가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서울 하늘과 달리 광활한 하늘에 그려지는 멋진 구름과 수평선, 그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은 유난히 붉고 크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삼나무 숲 속에서 느꼈던 경건함, 이름 모를 나무들로 뒤엉켜 버린 곶자왈에서 느꼈던 두려움, 또 바닷가 혹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폭포들을 보며 느꼈던 경쾌함, 화산 폭발로 만들어낸 특이한 지형 앞에서의 신기함 등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제주도는 카멜레온과 같다. 
까만 돌 투성이다.  담장 길에도 밭과 밭 사이에도 해변에 가도 심지어 한라산에도 볼 수 있는 까만 돌. 까맣지만 하나하나가 참으로 독특하고 신기하게 생겼다.  또 그에 어우러진 열대 야자수와 이름 모를 많은 나무들. 우연히 맞닥뜨린 곳에서 만나는 신기한 풍경, 그래서 아름다운 제주로 불리나 보다.
또, 제주의 날씨는 그야말로 하루에 사계가 다 들어있다.  해가 났다가 비가 오는 것은 부지기 수요. 하늘이 아름다워 멋진 일몰을 기대하며 바닷가로 달려가면 어느새 나타난 구름에 해가 쏙 들어가 버린다. 하물며 태풍 때문에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연신 날아와서 비가 칠십 미리 이상 와야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에 달려갔더니 거센 바람만 불고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날씨가 좋다는 말에 한라산에 올랐다가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를 몇 번이나 했었는지...
"제주 날씨가 꼭 나만큼이나 변덕장이지?"  
 "그래 꼬옥 너 같다."         

                                         

                                                      

제주도는 희망의 섬이다.
역사 교과서에서 무심히 읽었던 4.3 사건, 해방과 미 군정 또 남로당의 복잡한 역사 속에 무심히 죽어가야 했던 양민들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얼마나 그때의 제주도민들의 삶이 피폐했으면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사제의 최우선 소명인 믿음을 심어주러 왔다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급하다 생각하여 한라산 중산간을 개간하기 시작하여 목축업을 일으켰을까?

그랬던 제주도가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고,  11주년을 맞이하며 관광도시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제주시, 서귀포시는 서울과 다름없는 도시 그 자체다.  섬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우도에나 가야 특이한 제주도를 느낄 수 있으려나?  가는 곳곳마다 펜션 모텔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가 보다.  우리를 이 게스트하우스에 소개한 사람도 또 이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도 뭍에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다. 빈손으로 내려와 고생 고생하여 이곳에 기반을 잡았다.  또 다른 지인은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아 요양차 내려와서는 좋은 공기 마시며 아침저녁으로 운동하였더니 건강을 되찾았다. 

제주는 우리에게 꿈을 주는 희망의 섬이다.                                                   

     

                                                  

제주도는 거대한 테마파크다.
관광지로 개발되어서인지 온 섬이 다양한 테마파크로 구성되었다. 녹차, 메밀 등 다양한 식물을 주제로 한 휴양림과 식물원, 바다를 테마로 하는 아쿠아리움 ( 낚시, 카약, 스노클링, 잠수함), 말이 많아 승마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목장, 제주의 돌과 해녀를 주제로 하는 민속 마을 등 정말로 다채롭다. 

몇 년 전 제주를 방문했을 때는 딸들이 어렸기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이러한 테마파크만 돌아다녔으나 이번 여행에서는 입장료 내는 곳은 거의 피해 다녔다. 숨겨진 곳만 찾아다녀도 볼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오름의 왕국이다.
오름이란 산 같은 언덕으로, 큰 화산의 주 분화구 등성이에 생기는 작은 화산으로 분화구가 분출을 끝낸 뒤 화산 기저에 있는 마그마가 기반이 약한 지반을 뚫고 나와 주변에서 생성된 작은 화산으로 제주도에 무려 384개나 있다.  

제주 도민들은 이 오름 자락에 기대어 산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 오름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해발 400미터 800미터라 해도 차로 어느 정도 올라가서 오르기 때문에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오르면 확 트인 제주도를 바라볼 수 있다.  또 오름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나무 종류가 다르고 정상의 분위기가 다르다.                                                 

  

                           

제주도에서 아쉬웠던 것은 시장물가다. 관광지라 식대가 비싸기에 주방시설이 있는 곳으로 숙박시설을 정하고 아침저녁은 해 먹었으나 식재료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아니 식재료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가 비싸다. 제주도 여행 오는 가격이면 웬만한 해외로 나갈 수가 있어서 요즘의 젊은이들은 제주도를 잘 찾지 않는다 한다.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내국인을 외국으로 뺏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관광객들의 몰상식한 행위로 버려진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관광객도 시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차로 오름에 대하여 알려져 찾는 이가 늘고 있으나 오름 앞에는 이정표가 제대로 없고 길도 정리가 안 된 곳이 많아 아쉬웠다.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에 내려가 살 생각도 잠시 해 보았지만  전세가 없고 월세 내지는 연간 월세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땅값도 엄청 비싸 집을 사는 것도 쉽지가 않다. 제주시 노형동은 평당 오천만 원이나 하고, 애월도 이효리가 와서 방송을 타더니 웬만한 곳은 평당 이백만 원이 넘는다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실수는 숙소였다. 애월의 숙소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서쪽 끝에 있기에 동쪽으로 갈 때는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였다. 제주의 가운데쯤에 숙소를 정하거나, 반은 동부에서 반은 서부에서 지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잊지 못할 행복한 한 달이었고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다음 여행지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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