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수화물 처리가 꽝일까??
1974년에 설립해 50주년을 맞이한 영국항공은 런던 히스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을 허브로 한다. 원월드 소속이며 슬로건은 'To Fly, To Serve'다. 1987년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했고 영국의 대표 항공사인 만큼 전 세계 모든 대륙에 취항한다.
불친절, 수화물 잃어버리기 등 인식이 좋진 않지만, 독일 뮌헨을 갈 때 경유로 이용했는데 서비스가 나쁘지 않았던 터라 어떤 항공인지 공유하고자 한다.
항공 일정
ICN-LHR(런던 히드로 경유)-MUC 프리미엄 이코노미
MUC-LHR(경유)-ICN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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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을 가는 일정(ICN-LHR-MUC)이어서 영국을 들려 가는 영국항공을 예매했다. 갈 때는 프리미엄이코노미 올 때는 비즈니스로 끊어 장거리가 조금은 편하도록 하되 예산 범위 안에서 구매했다. 검색을 하다 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 왕복보다 출국 시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귀국 시에는 비즈니스로 더 저렴한 가격이 검색하니 부지런히 검색한 만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영국항공의 2017년 개편판 안전 비디오를 보면 영국의 유명한 배우와 셰프를 만날 수 있다. 세계 정상급 마스터셰프 고든 램지(Gordon Ramsay), 영원한 간달프 이안 맥켈런(Sir Ian McKellen), 미스터빈의 로완 앳킨슨(Rowan Atkinson) 등 영국의 유명 스타 10인과 함께 등장한다.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단체가 글로벌 자선 파트너십을 맺은 '플라잉 스타트(Fly Start) 기금'을 후원하는 비디오다. 해당 단체에 여행 후 남은 동전이나 타국지폐를 기부할 수 있다.
프리미엄 일반석으로 '월드 트래블러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석인 '월드 트래블러) 보다 더 넓은 좌석과 레그룸을 갖췄다. 2회 제공되는 기내식과 무료 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제공하고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편의용품 세트를 받을 수 있다.
ICN-LHR 히드로 공항을 갈 때는 혼합으로 프리미엄 일반석을 이용했다. 좌석이 180도 젖혀지진 않으며 어메니티와 조금 더 편한 베개가 제공된다. 긴 비행시간인이 만큼 손바닥 보다 좀 더 큰 멀롯 와인을 챙겨주었다.
비즈니스는 라운지 이용, 전용 탑승 수속 및 평면 침대가 제공된다. 단거리는 클럽 유럽, 장거리는 클럽 월드로 구분된다. 한국까지는 당연히 장거리기에 Club World의 혜택을 받았다. 클럽 월드는 안락의자, 침대, 식탁과 사무실이 결합되었다고 홍보하지만 타 비즈니스 석에 비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며, 옆자리 좌석 승객과 눈을 마주치는 구조라 상당히 난감할 때도 있다. 상대방을 향해 발을 뻗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용 평면 스크린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제공되며 고속와이파이 및 Executive Club 회원에게는 개인 기기로 무료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밤 9시 30분 이후 출발하는 항공편에서는 Club World Goodnight Service에서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스낵을 먹거나 가벼운 식사도 제공되고 Goodnight Service를 이용하면 나이트캡 또는 익스프레스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륙 전 영국항공 전용 출발 라운지에서 고급와인과 식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런던 히드로, 개트윅, 뉴욕 JFK 3개 공항에서 Club World로 예약할 경우에는 탑승 수속 카운터와 패스트 트랙 보안 전차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공항에서까지 패스트 트랙 대우를 받다니?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영국 히드로 공항을 지나는 데 이 서비스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뮌헨공항에서 영국 히드로까지 승객이 많지 않아 1A번을 받게 되었다. 맨 앞자리여서 짧은 시간이지만 편하게 탑승했다.
영국항공은 환승 승객수가 많은 만큼 히드로 공항과 같은 곳에서 비행기에 제때 옮기지 않아 경유를 할 경우에는 지연되기도 한다. 영국항공을 처음 이용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인천에서 런던 히드로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인 뮌헨에 가방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항공 카운터에서 짐이 안 왔다고 썼으며, 호텔 주소를 알려주어서 이틀 후에 짐을 받게 되었다. 짐을 바리바리 산 터라 숙소까지 어떻게 가지고 가지? 했던 고민이 나중에 며칠이 지났지만 호텔로 바로 짐을 받게 되어 수고를 덜었다! 오히려 좋아!!
2018년 6월 로그인 기록, 결제카드, 여행 예약 세부 명세 등 고객 개인 정보로 약 50만 건이 유출되었다. 2019년 7월 영국 정보위원회가 2,700억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유럽연합에서 일반정보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최대 규모의 벌금이었다.
영국항공에서는 2013년 7월 인간 대 비행기라는 실험을 했다. 과연 인간과 비행기 중에 누가 빠를 것인가? 가속도가 붙으면 비행기가 더 빠를 것인가? 해당 내용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승자는 누구였을까?
히드로를 들려 뮌헨으로 가는 일정이라 환승을 하게 되는데 런던-뮌헨 승객이 많지 않으므로 작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작은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이 별도로 없기에 세 좌석 중 가운데를 막은 후 제공된다. 만석이 아니었던지라 띄엄띄엄 앉히는 편이다.
셔틀을 타고 들어가는 터라 버스를 별도로 제공했다. 세 좌석 중 가운데를 비워두는 자리가 비즈니스석이다. 라운지에서 배 터질 만큼 많이 먹고 아침부터 맥주까지 마셔서 배가 부르지 않았기에 별도로 다른 차 같은 걸 요구하지 않았는데 몇 번이나 확인하는 친절한 스튜어드를 만났다.
영국을 들렀다 오는 터라 공항에서 영국악센트와 감성을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답게 경기장을 본뜬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영국 현지에서 축구를 보는 게 버킷리스트인데 꼭 한번 영국에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시 한번 트램을 타고 비행기 타러 간다. 영국 공항을 거치는 건 기분이 참 좋은 일이다. 해리포터 덕후들에게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어찌보면 놀이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샌드위치 점 PRET MANGER 에서 남은 파운드화로 샌드위치도 사먹었다. 영국의 맛은 피시앤칩스가 아니라 바로 쁘레떼망이다. 영국 음식이 다 맛이없다곤 하지만 이 샌드위치를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절대 후회안 할 것이다. 영국 브랜드이기에 영국 어느 공항을 가도 만날 수 있고, 또 기차역에서도 볼 수 있으니, 맥도날드보다 훨씬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라운지에서 쉬다 우선탑승이 주어지면 탑승하게 된다. 푹신한 침구부터 헤드셋과 양말까지 준비된다. 양말은 일회용 답게 질은 별로 좋지 않으나 발이 시려운 항공기에서 감기에 걸리지 않게 신을 수 있어 좋았다. 나보다 더 호강하는 내 신발은 고이 개별 서랍안에 넣어둘 수 있었다.
비즈니스와 프리미엄이코노미의 차이는 좌석을 눕힐 수 있는 게 아닐까?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타도 아예 눕는 것 만큼 편한 건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그 말이 맞듯이 어디든 두다리 뻗고 눕는 건 참 소소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웰컴 드링크 샴페인으로 환영해준다. 맞은편의 비즈니스 좌석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지만, 앉으면 서로를 마주봐야 하는 민망한 혹은 로맨틱한 상황이 연출된다. 영국항공 비즈니스 좌석을 비판하는 글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삭막할 때 같이 동승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인사한다면 좋지 아니한가?
발을 올릴 수 있는 발판도 있으며, 메뉴판이 소설책 처럼 길다. 여러 언어로 쓰여져 있고 한국어로도 있어 좋았다. 비행기를 타면서 이렇게 기대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메뉴판을 꼼꼼히 정독하니 벌써부터 배가 고팠다. 내 위가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바 메뉴도 제공 되는데 가운데에 언제나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중에 보니, 그 곳은 직원들이 수다를 떠는 공간이며 뭔가 가로 막혀 있어서 제대로 볼 순 없었다. 이미 여러 음식들로 배부른 상태였지만, 해외항공사 승무원들은 정말 기본만 하는 게 절실히 드러났다.
스프에 잼을 넣다니? 잼 넣은 스프가 어떨까 싶었는데 이건 영국식인가? 맛있다! 맛없는 스테이크 보다 스프가 더 맛있어서 한그릇 더 요청할 뻔했다.
과일과 함께 먹는 크래커와 푸룬, 치즈가 곁들여 지니 와인을 한잔 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테이크로 베린 입맛을 과일과 치즈로 채우니 더 재우려는 건지 크래커를 더 많이 가져다 주었다. 주는 건 다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어서 영화보며 다 먹었으니 슬슬 졸려온다.
비즈니스를 타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서 아쉽다. 귀국행 비행기라 피곤해서 잠드니 어느새 아침 먹을 시간이다. "안돼"를 외쳤지만, 마지막까지 알차게 즐겨보리라. 과일부터 시작한 아침은 폭신폭신한 팬케이크와 잼을 듬뿍 얹어 먹었다. 영국이 이렇게나 잼을 좋아하는 지 몰랐다. 앞으로 영국 여행 가면 피시앤 칩스 말고 잼 들어간 아무거나 다 먹어봐야겠다.
이른 오전 비행기라서 공항도 조용했다.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통해 라운지로 이동 가능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기에 샤워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깔끔하게 갖춰져 있어서 개운하기 씻고 나서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좋았다.
비즈니스 라운지답게 아침부터 본사와 통화하는 듯한 비즈니스 맨이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조용하지만은 않은 라운지가 되었다. 최신 잡지는 물론 매일 종이신문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하디 깔끔한 라운지는 처음 봤다. 아무래도 새벽에 이용객이 많지 않았고 또 새벽에 청소를 시작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서양에서만 볼 수 있는 유리병에 담은 주스를 보니 반갑기만 했다. 맥주의 나라답게 주스나 탄산보다 맥주가 더 많이 채워져 있는 걸 보고 아침부터 끓어오르는 유혹을 참지 못해 마지막 한 병을 따버렸다.
"맥주의 나라에서는 물보다 싼 게 맥주기 때문에 그래 난 물을 마시는 거다." 라며
보아하니 주전부리도 다 맥주안주가 아니던가? 치즈며, 소시지 그리고 과일은 맥주와 찰떡궁합이나 더 좋기만 하다.
맥주를 한잔 걸쳐도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유리병 안에 있는 칩을 꺼내서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활주로를 바라보아도 아직 동이 트지 않음을 보며, 내가 올 한 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난 적이 몇 번이나 있는지 곱씹어 보게 되었다. 곱씹어 봤지만, 사실 열 손가락을 다 쓰지 않아도 가능함으로 금세 끝나버렸다.
하늘을 나는 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 하늘 위에서는 더 잘 보이며, 사사로이 생각하던 잡념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순간, 세상은 다른 시각으로 펼쳐진다. 구름의 부드러운 흰 모습과 푸른 바다처럼 넓은 지평선이 어우러지며, 모든 걱정이 바람에 실려 사라지는 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은 아래에 펼쳐진 풍경 속에 숨겨진 작은 비밀들을 드러낸다. 나무들이 춤추고, 강이 흐르는 모습은 마치 생명이 넘치는 예술작품 같다.
비행 중, 고요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때 나는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늘의 넓이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잊고 지냈던 꿈들을 되새기곤 한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커진다. 어떤 도전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고,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하늘은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바람을 느끼며, 그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