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생태환경사>, <노비와 소고기>,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등 가끔 푸른역사의 책을 사본다. 이번에는 한국인의 냉면 사랑을 고조리서를 시작으로 해방 시국의 신문광고까지 찾아서 나온 자료 등을 모은 책인 <냉면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전부터 냉면 관련한 신문 기사를 간혹 찾아보곤 했기에 책 내용이 궁금해 보게 되었다.
평소 궁금했던 몇 가지.
'실향민=냉면'의 도시 전설에 대해 생각했었다. 이는 서울이나 성업 중인 냉면 가게에 전설처럼 따라붙어 있다. 마친 전설의 무적 아이템처럼 말이다. 실향민이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후기부터 냉면은 설렁탕처럼 일상식이었다고 한다. 즉, 이북에서 먹던 음식이 아닌 전국구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문 기사를 찾아보거나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 후반기에 이미 냉면을 사다 먹었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냉면 기술자 조합이 결성이 되어 있었고 임금 인상을 위한 동맹파업도 일어났다고 한다. 그것도 평양 한복판이 아닌 서울에서 말이다. 전화가 도입되면서 설렁탕집이나 냉면집에서 서로 앞다퉈 설치했다고 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배달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내기로 한 번에 80개의 냉면을 배달할 수 있냐 없냐를 두고 내기를 걸었다고 한다. 내기 승자는 가능하다고 한 이가 승. 심지어 80개 아닌 한 그릇 더한 81개 냉면을 배달했다고 한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또 한 가지는
어떻게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한여름에도 냉면을 먹었을까?는 동빙고, 서빙고, 내빙고 등의 나라에서 관리하던 얼음 창고와 개인이 관리하던 창고에서 보관하던 것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일제강점기 들어서면서 냉동창고를 짓고 이어서 얼음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늘어나는 얼음 소비를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진짜로 궁금했던 것은 왜 평양일까다?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원래 유명했다고 한다.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인데 그 계기가 궁금했다. 이북 지역이니 생태환경이 까다로운 밀보다는 메밀 재배가 유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냉면 육수의 시작인 동치미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른 동네와 다른 동치미 담그는 법이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냉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다 보니 해방 이후 6.25 전쟁까지 내용을 담고 있다. 슬쩍 지나가는 것 중에서 깻국과 밀국수 이야기가 있다. 콩국수보다 맛있는 게 깻국이다. 주요 내용으로 다르지 않지만 저자가 깻국을 먹어봤다면 중요도가 냉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양을 할애하지 않았을까 한다. 밀국수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냉면을 이야기하면서 슬쩍 언급만 했다. 밀국수... 밀면이다. 남쪽 지방은 북쪽에 비해 밀 농사가 되었다. 굳이 찰기 없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기보다는 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실향민이 피난 내려오기 전부터 냉면은 그 동네에 있었고 밀면 또한 존재했었다. 냉면이나 밀면에서 실향민을 앞세운 치트키는 그냥 방송용, 기사용으로 각색한 것이 확대, 과장이 되면서 지금의 도시 전설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예로 들자면 1994년 전어에 대한 기사에 '집 나가던' 며느리가 등장한다. 이후로 몇 년이 지난 어느 기사부터는 '집 나간' 며느리로 바뀌었던 것처럼 말이다.
끝으로 식초와 겨자를 넣어 먹는 것은 여름 냉면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워낙 여름철이면 식중독 사고가 비번하게 발생해 예방적 차원에서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이제는 하나의 맛으로 자리 잡았지만 말이다.
그 시절 서울에서 가장 유명했다던 무교동의 진평옥이나 종로의 평양옥 냉면 맛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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