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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5. 2022

섬시세끼 안도

섬, 기억 또는 풍경을 만나고 우리가 남기는 것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모든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연결되어 살아간다. 사소한 말이나 의미 있는 말이나 무게가 있거나 무게가 있다고 생각되거나 모든 것에는 어떤 식으로 여파가 있다. 누군가의 삶을 배껴사는 것은 감동이 없고 말할수록 그 이야기는 진실성을 잃어간다. 시간을 읽는 대로 느낀 대로 마구잡이로 살다 보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을 하고 말 한마디에 무게감을 느끼는 만큼 삶에 충실해보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보통 큰일이 있지 않는 이상 삼시 세 끼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일 수 있다. 여행을 가면 그나마 세끼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없다. 선택을 잘하기만 하면 된다. 여수 남면 안도리에 속해 있는 안도라는 섬은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하얀색의 포말을 일으키며 타고 가는 배에서 보면 어선이 바다를 가르며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래는 너비 200m 되는 수로를 사이에 두고 동도·서도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수로 남단에 사주가 발달하여 두 섬이 하나로 연결되었는데 그 이전부터 갈매기는 제약을 받지 않고 날아다녔다. 만 안쪽으로 선박이 안전하게 피항할 수 있어 안도라 불렀는데 여수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항되는 곳이기도 하다. 비가 많이 내리기는 곳이다. 

사진은 여행에서 항상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 없이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는 있지만 사진이 있으면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읽어볼 수 있다. 여행가라고 하면 큰 배낭과 손에는 물통, 비상식량,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랄 것 같지만 그보단 경험과 환경, 자연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작은 섬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렇기에 아주 작은 것에도 관심이 간다. 지나치면 그만인 길을 자꾸 오가다 보면 왜 이렇게 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옆에 심어져 있는 나물들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대부분 섬에서 나오는 것과 바다에서 나오는 것이 특유의 손맛으로 만들어주는데 제법 맛이 좋다. 먹고 싶어 하는 것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다. 

작은 먹거리들도 이곳에서는 허투루 버리는 것이 없다. TV에서 섬 생활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게는 그렇게 진취적으로 밥을 해 먹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물론 넉넉하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매번 새로운 것을 먹을 수 있지만 새롭게 한다는 것이 좀처럼 어렵다.  

쫄깃한 맛의 문어는 그냥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어도 맛이 좋은데 요리가 된 문어요리는 야채와 어우러져서 괜찮은 맛을 낸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문어는 한자로 문어(文魚)라고 쓴다. 문어는 과연 글을 알고 있어서 문어라고 하는 것일까. 사실 문어는 상당히 똑똑한 동물이다. 문어의 머리는 사람의 머리와 닮아 있다는 기록도 있는데 다리가 많아서 그런지 욕심이 많은 동물로 생각되기도 했다. 북유럽에서는 문어를 먹지 않는데 지나가는 배를 여덟 개의 다리로 잡아 침몰시키는 괴물로 생각하기도 했다. 캐러비안의 해적이 북유럽 신화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심해의 괴물로 등장하는 크라켄도 문어의 한 종류다. 

이어 나온 생선찌개는 애호박을 듬뿍 넣어서 만들었는데 고추장보다 된장의 맛을 조금 더 넣은 것이 특징이다.  자작하게 끓여 나오는데 감다도 먹고 애호박과 들어간 생선의 살을 발라먹어본다.  

크지는 않은 섬이어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바로 바다가 있고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이기도 한다. 다른 세상을 만나던 사람을 만나든 간에 기존의 생각, 관계를 맺기 전까지 살아온 이력 등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새로운 평가를 통해서 세계의 재정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쓰던 말이나 표현은 둘이 만난 세계에서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서 부모와 자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는 뭐든지 신기하고 뭐든지 해보고 싶다. 해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다. 해보고 문제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때론 그 기억이 먼 미래의 문을 열어줄 때도 있다. 

세상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미세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괴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날 일도 별 것이 아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데자뷔는 아니지만 다리에 올라서서 보니 좁은 해협으로 들어오는 배가 마치 대마도의 해협으로 들어오는 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마도에 가면 이와 비슷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물론 이곳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형이지만 대마도는 러일전쟁 때 러시아의 함대에 맞서기 위해 일본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섬에서 돌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축재료다. 경계를 쌓아두고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돌만큼 유용한 건축재가 없다. 시멘트 같은 것들은 섬에서는 귀할 수밖에 없다. 시멘트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섬의 길은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이 섬은 아직도 이곳에서 요리 등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퍼서 사용한다. 섬에서 귀한 것은 또 물이다. 물은 귀할 수밖에 없으며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물이 부족하면 단순히 목이 마른 것에 끝나지 않는다. 무더운 곳에서는 곡식의 생산량도 부족하다. 물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부족해진다. 

밥을 언제 먹었나 싶었는데 다시 밥을 먹는다. 역시 해산물이 위주로 채워져 있는데 섬마을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도시의 횟집에서 먹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른 것이 있다면 회가 자연산이라는 점이다. 낚시를 통해서 잡아왔다고 하는 회맛이 쫀득쫀득하니 찰지게 넘어간다. 날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 중 하나로 자산어보라는 수산학 관련 서적을 기술한 정약전도 회를 상당히 많이 먹지 않았을까. 

이곳은 탕을 맑게 지리로 내놓는다. 다른 것은 거의 뼈만 남아 있는 도시의 매운탕과 달리 이곳은 살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끓여 먹어도 마치 통으로 넣고 끓여낸 것 같다. 

무언가를 만나는 것은 세계를 재정립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의 세상을 인정하고 내면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때 그 관계는 자연 속에 놓인 것처럼 평화롭다. 평온해 보이는 여수의 안도에서 섬 시세끼를 해보면서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것 같은 꽃과 언제부터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는 돌과 길들이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번 연습하고 훈련하지만 삶의 시험대는 매번 다른 곳에서 열린다. 신은 어찌나 그렇게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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