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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16

아이엠 어 히어로

부산행은 의미 없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영웅은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한국은 이미 엄청난 능력을 가진 소유자가 잠시 시련을 거친 다음 영웅이 된다는 너무 뻔한 설정이고 미국의 경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웅 스토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평균 수준 아니 평균 이하의 사람이 사람들의 외면을 받다가 아주 조그마한 것에 사명의식을 느끼면서 영웅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영웅이 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쪽은 바깥을 향해 날이 서있지만 다른 한쪽은 자신을 향해 날이 세워진다. 


과거에는 마이너 한 소재였던 좀비가 어느새 하나의 주류가 되어 가고 있다. 좀비를 빼고 영화 소재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좀비를 다룬 영화들이 정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아이엠 어 히어로는 이미 만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엠 어 히어로를  한 마디로 말하면 딱 일본 영화 스타일이다. 액션이나 표현은 조금 과장되게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무척 진지하다. 반면 한국은 표현은 그냥 일반적이지만 내용은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 


아이엠 어 히어로에서 히데오는 30대 중반의 제 밥벌이를 못하는 그냥 소외계층 젊은이다. 잘 나가는 만화 작가 밑에서 밑그림이나 그려주고 용돈벌이를 하면서 살아간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여자 친구는 히데오에게 진절머리를 내고 결국 히데오는 집에서 쫓겨난다. 인생의 우울함이 극에 달할 때 일본은 원인불명의 조큐(ZON)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이 좀 비화되어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히데오는 자신을 쫓아낸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좀비가 되어 히데오를 공격한다. 이때까지 참 긴장감 있고 좋았는데 그 후로 히데오의 답답하리만치 느슨한 행보가 조금 거슬리게 느껴진다.

히데오와 여고생 히로미는 우연히 만나게 되고 히로미는 물리지만 반만 감염된 채 엄청난 괴력을 가지게 된다.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잔다는 점이다. 이전의 다른 좀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의 좀비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것이나 자신의 장기를 좀비가 된 후에도 계속 발휘한다는 점이다. 쇼핑을 좋아하는 좀비는 계속 상점을 두드리고 높이뛰기를 했던 좀비는 계속 높이뛰기를 한다. 영화 속에서 좀비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결국 가장 무서운 적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만든다. 

부산행은 아이엠 어 히어로 + 월드워 Z라고 볼 수 있다. 좀비 영화가 뭐 새로울 것이 있냐고 하겠지만 레지던트 이블같이 비주얼과 액션 위주로 만든 영화를 제외하고 모두 제각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부산행에서 두 영화의 콘셉트를 빼면 깡통만 남는다. 


자신의 일에 성실한 일본인, 누구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일본인, 챙겨주는 척하면서 결국에는 힘을 가지려는 일본인 등이 이 영화에 모두 담겨 있다. 유치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머 B급 정서에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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