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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1. 2017

고백 그리고 고발

대한민국의 사법현실

6월 21일 제 59회를 마지막으로 사법 시법은 12월 31일 폐지된다.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의 대립으로만 비추어지던 사법시험은 사실 모든 국민들을 공정하게 대변해야 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시험이다. 즉 개개인의 지위와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 존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작부터 잘못되었으니 사법현실이 깨끗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국민의 사법에 대한 불신감은 과거보다 더 높아진 듯하다. 


고백 그리고 고발이라는 책은 법조인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사법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면서 가졌던 정의감 같은 것은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앞에서 법조차 의미 없다는 것을 경험했을 듯하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특정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잔금을 치르기 전에 자금사정이 안 좋아진 건설회사는 도산한 후 매매계약을 양수한 H건설회사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대기업인 건설회사는 정상적이지 않지만 법적으로 모호한 점을 이용해 토지의 소유권을 강탈하듯이 빼앗아 간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10여 년 동안 23차례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 


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기에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내용의 대부분은 통고서, 요청서, 소 취하, 이행 최고서, 재심 소장, 고소장 등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딱딱하다. 


"재판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법관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혐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실체진실을 밝혀야 할 어떠한 책무도 없다는 것인가? 오로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상의 원칙만을 고수하면 사법정의와 인권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만일 재판이 정의와 인권을 담보할 수 없다면 우리는 왜 모든 분쟁을 재판을 통해서만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법관은 아무런 책임도 없이 오로지 판단할 권한만을 향유하는 신청 불가침의 기관인가? 헌법이 법관에게 위임한 권한이 그런 것이었다는 말인가? 법원이 그렇게도 무책임한 헌법기관이었단 말인가?"  p 148


법조인들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법을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운 도둑이라는 말도 나오기도 한다. 많이 배운 사람이 그 배운 지식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무지를 비집고 들어가 재산과 기본권을 유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저자는 민사소송에서 무려 18번을 진행했지만 단 한 번도 승소하지 못하고 패소하였다. 국정을 농단했지만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뒤에는 전관 변호사, 대형로범등이 있었다. H건설 역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들을 동원하여 법원을 속이고 사실을 왜곡하였다고 한다. 돈과 조직과 힘 앞에는 공정한 법해석이라는 것이나 실체진실은 법원에서 중요하지 않다. 


한국의 사법현실에는 미래가 없는 것일까? 법관의 위신과 권위가 국민의 기본권의 위에 있고 독선적이고 형식적이며 억압적, 비민주주의적인 관료주의로 변하고 있다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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