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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수 Jun 30. 2021

못하겠다고 말해

프렌치카페도 아니고

"아니 그런 알지도 못하는 일을 맡아서 어쩌려고 그래!"

"가서 팀장한테 못한 다고 이야기해."


4개의 사업, 그리고 하나의 신규사업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직장의 구성원들이 나에게 건넨 이야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구성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흡족한 느낌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당시 기억으로는 한 해가 시작하는 2월 중으로 기억한다.

사업이 이제 막 흘러가기 전에 준비단계니까, 아무래도 날 더 걱정해주느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아 뭐 그래야죠, 이건 못할 거 같네요."

적당히 구성을 맞춰주면서 점심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에게 일을 몰아준 사람들이 나쁜 거야. 그래 나는 잘못 없고 지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왔다.


만난 지는 이제 3개월 이상

나와의 나이 차이는 굳이 물어볼 것 없었지만 15년 이상 차이가 나며

이 점심식사를 하는 그룹에서 도시락 모임의 수장 격,

말을 주도할 줄 아는 사람,


얼핏 보면 먹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고

생기발랄하고 싶어 하는 성향

그리고 나이라는 부분의 강점을 이용할 줄 알고

타 그룹의 특정 인원을 까서 내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

보다 적극적인 이 사람이 하는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이 '못한다고 말해'라는 이야기가

과연 나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걱정이 생겨서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의도는 없었을까?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이야기부터 하라는 의도가 앞으로 무슨 결과를 불러올지 이 사람은 아는 걸까?


그렇게 미래를 안다고 했다면 그게 현명하고도 바랬던 미래일 것인가?


등등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고서 다년차에 걸친 퇴사와 입사의 반복을 경험한 자로써 생긴 기준을 다시 부여잡게 되었다. 곧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말에 끌려가지 않겠다.

라는 것이다.

나는 팀장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나중에 겪을 일들, 여러 일들을 혼자 준비하고 팀장에게 경과를 보고하면서

늦지 않고, 주도하리라 생각했고.

못하겠다는 말은 비겁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빛을 달리하려고 했다.  


모든 상황이 지나고 나서

내가 퇴사하기 직전의 순간에 도착했을 때


이 직장의 구성원들은 우왕좌왕 감정을 표출하기에 바빴다.


"이게 비정규직들도 할 수 있는 일인지, 경과는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들어봐야 할거 같아요"

"그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는지 전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할거 같아요"


말, 말, 말이었지만


그동안 그 말을 정리해서 결론 내어줄 사람이 누구도 없었고 결론도 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모두들에게


"그걸 들으시면 결론이 납니까?"

라며 있는 힘을 다해 적의를 표출해보았다. 그리고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고, 현 상황은 이렇다. 그 거래처의 특성은 그렇다. 주절주절 떠들었다. 마치 악에 받친 듯이 말이다.

그리곤 침묵이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질문이 있냐고 물어보는 내 말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팀장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그래서 자기는 정말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이 회피의 달인들은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팀장을 향해서 그럼 너희 팀원들도 데려와봐를 요구했다.


끊임없는 핑퐁게임 속에서

팀장은 화가 났고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직원들에게 화가 나네요. 진짜 창피하네요"

하며 회의를 파했다.


모두의 따가운 시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는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팀이었다고 했고, 동료였다면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라고 권고하기보다는,

사업을 어떻게 맡으려고 하느냐, 힘들겠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느냐가 던 지

맘에 없는 이야기라도 들으면 나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나의 퇴사 통보 이후 단 1시간 만에 이루어진 오전 10시경에 이루어진 이 회의는

오후 1시경에 다시 소집이 되었고

직무대행 팀장과 모든 팀원이 회의한 결과


내 퇴직일로부터 2주 후에 올 내 후임 계약직에게 모든 업무를 미루기로 합의했단다.


그 어디에도 성인은 없었고

그 어디에도 위인도 없었고

프렌치 카페만 남아있는 거 같다.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냥 나가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걱정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큰 실수를 하나 벌이고 너만 잘못되어봐라 라는 의도였고

네가 사업을 맡아서 가져옴으로써 내가 속한 팀이 힘들어지잖아라는 짜증 섞인 권유였다라는 것을


그리고 업무 인수인계로 그 사람과 마주하면서 간간히 관찰되는

그 인간의 태도와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인수인계서를 매우 디테일하게 적어보며

이런 사람들을 동료라고 생각하며 일해야 할 후발주자로로 올 그 사람이 만약에 이 글을 보기 간절히 바라보면서


안 해볼 경험도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다만 못하겠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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