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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수 Jan 27. 2022

재입사의 이유

다시 불꽃으로

다시 그 직장으로 재입사를 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정규로 취업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혹자는 도대체 넌 왜그러냐고 했다. 


일단 그렇게 됐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피드를 본 뒤 이 글의 첫 문장만 본다면 

이전 글들에 그렇게 회한과 자조가 섞인 글들을 질러놓고선 

도대체 왜? 무슨 생각이냐 할 수도 있겠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크게는 두 가지 이유였다. 


1. 일이 나쁘진 않았다. 사람이 그랬던 것이지.

2. 그곳 싫어서 다른 데로 갔다. 근데 여기는 더하네...


다 똑같지는 않은 곳이지만 왠지 똑같다. 

그걸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 일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은 지금 현재 상태에 따라 과거를 미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사람은 아마도 진심이었을 것이고 진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경험들을 뒤로하고 떠난 곳에는 그 나름대로의 또 다른 애환이 있었다. 


7월 즈음 일자리를 정리하고 이만하면 마음을 다 추슬렀다 싶을 11월 즈음에 


번잡한 차 소리와 건물 빌딩들이 가득하고 정장 입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곳이 아닌 아이들의 차량 보행을 위해서 노인들이 안전봉사를 하거나 경운기가 탈탈 굴러다니고 입주민들이 일반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오면서 경비원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러 자주 나오는 곳으로 직장을 얻게 되었다. 


그동안 관계가 싫었으니 새로 만난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었고

이 정겨운 문화와 협력(?)에 익숙한 직원들은 아마 내가 좀 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11월 즈음의 입사는 회사 내에서 일 년 농사를 정리하기에도 바쁜 시기다. 갓 들어온 신입이 항상 혼자 놓쳐지게 되는 주기인 것을 안다.


그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조금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자 여긴 어떨까? 저 사람은 언제 당황할까. 그리고 어떻게 반응할까

내 포지션에 따라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다.   


입사 후 첫날부터 그래도 식사를 챙겨주고 싶었던 호의는 감사했으나 (아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 또 이곳에서도 점심은 도시락으로 먹는단다. "아 그렇군요" 한 귀로 흘러 듣고 점심은 내 자유라 생각해서 며칠을 나가서 먹었더니 기어코 도시락을 싸오라며 삼고초려를 당했다. 혼자 먹는 모습을 보니 좀 그렇다나 어쨌다나...


몇 차례 더 거절하기가 민망해진 시점에 도시락을 챙겼다. 도시락 통도 없어서 5만 원가량을 또 지출하면서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어색해서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 날 좀 내버려 두면 안 될까요?




생각한 것만큼, 관계는 간단했던 거 같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깊지 않을수록 좋다. 

캐주얼할수록 좋고 사람에 대하여 알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시대다.  

그런 개인적인 방침과 성향을 알았는지 입사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직원들도 알아서 일하는 나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이제는 온통 내년도 사업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시간을 쏟으라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겸사겸사 보조 환경을 만들 겸해서 한 사무실 공간을 임대했는데 

웬 공사를 할 테니 다음부터는 편한 옷을 입고 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구두와 세미정장만을 입고 다녔던 사람에게 대신 연장과 목장갑을 쥐어주며 

짐을 나르고 전선을 자르고 바닥의 풀을 칠하고 먼지 속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문서작업과 글을 쓰는 시간보다 작업화를 신게되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되었을 무렵 

불평하진 않았다. 다만 신선했다. 이런 게 바로 노동이었을까. 


그리고 이런 나에게 부과되는 최저임금

괜찮다. 나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다. 대신 이제 이게 최선이고 끝이라고 생각했다. 

매 순간의 선택마다 커리어가 하향세를 걸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구나. 

이젠 이렇게 사는게 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포기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그렇게 


그리곤 이전 직장의 공고를 읽었다. 

아 다른 지역이다. 갑자기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바로 노트북을 폈다. 그리고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전에는 일하면서 적금도 부을 수 있었고 자산이 늘어가는 추세였었던걸로 기억한다. 

삶이 불평거리를 찾게 하면 안된다. 

그럼 시간을 되돌아가야 겠다. 그나마 괜찮았던 점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래 다시 시도해보자. 


새로 산 정장은 아니지만 몸에 잘 맞는 슈트를 입고 다림질까진 먹이진 않았던 하얀 셔츠를 꺼내었다.  

머리를 미리 자르진 않았어서 약간 덥수룩 한가라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 면접을 봐야 했다. 


서울까지 가는 버스길에 분명히 뒷머리는 눌리기 시작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면접을 봐야 한다. 

면접장소는 커다린 은행빌딩이었다. 1층 홀이 넓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보통 면접장에서 보이는 00 면접 장소 0층 이라는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거나 하는 그것) 이 없었다. 

이 건물이 아닌가 싶어 다른 곳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나를 경비원은 수상하게 쳐다봤다. 아니 쳐다봤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야겠다. 


어떻게든 찾아서 도착한 곳에선 대기 인원을 4명 ~ 5명 정도로만 입장시켰다. 그리고 공지한 정시에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기실이 없으니 주변에서 기다려 달라고 안내원이 말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30분을 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면접 시간은 14:00 지만 30분 이전에 오는 성실한 사람에서부터 50분 더 일찍오는 사람 등등

일단 그래도 면접을 봐야한다.


일전에 면접을 본 기억이 있었지만 질문은 하얗게 잊게 되었다. 

5명의 위원의 아우라를 품고있는 사람들과 5인의 사람들이 함께 면접을 봤다. 


어찌 면접을 치루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려던 찰나에 같은 조의 남자와 동행하게 되었다. 

클래식한 면접복장이다. 회색코트에 백팩을 들고, 머리를 멋있게 넘겼지만 땀이 삐질 흐르고 있었다.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한 이유로 그는 면접을 치루는 내내 내 옆에 앉아있었는데 마치 진동벨을 품은자 처럼 

자신이 하는 목소리에 힘을 담아내지 못했었다.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절규하듯 고개를 저으면서 2번의 다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그의 목소리와 ' 아 이젠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는 듯한 그의 표정과 오버랩 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쉬는 한숨에 뭐라도 이야기해봐야지라는 마음은 처음 들었던거 같다. 

"떨리셨죠?"라는 나의 한 마디에 그 남자는 마지막 숨을 내뱉기라도 하듯 "와~"라는 탄성부터 내지르며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 했으나 자료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번 자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고작 엘리베이터는 5층이었고, 1층까지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모든 질문에 대답해줄 시간은 없다. 아 그러셧구나 하며 고개만 끄덕일 찰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이전 직장의 상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손 안에 기름통이 쥐어있을지 

아니면 소화기일지, 빈손만 가득할지는 두고보아야 알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국면에 닿았다. 


아직 글감이 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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