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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수 Jun 07. 2022

박쥐의 삶

잃지 말아야 할 것 

갈등이 있는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살고자 할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오버페이스를 한다거나 

섣불리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려고 한다거나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는 사실을 

굳이 알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본다. 


때에 따라 동물인지 새인지 

전쟁이 벌어진 동화 이야기처럼

이리 저리 소속된 것처럼 맞춰주는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즉, 박쥐같이 사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아 맞다 그래서 박쥐는 퇴출되지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까지 

뭐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라고 안일하게 살기에는 이제 나도 

당하고만 싶지는 않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라고 옆에 앉은 사수인 대리가 말했다. 


이제 막 첫 출근에 앉은 자리에서 해야될 업무나 직무에 대해서 뭐가 뭔지 

파악조차도 되지 않은 나에게 처음 건낸 말이다. 


"오 네 제가 타겠습니다."

"그냥 앉아계세요. 첫날인데" 라고 사수가 말했다.


그녀는 나보다 4살 어리다. 질끈 긴머리를 위로 묶은, 얼굴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동글거리는 안경, 앉았을 때는 몰랐지만 생각보다 큰 키에 호리한 체형, 몸놀림이 민첩하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향수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활동적인 머스크한 향기와 샴푸향 뒤섞여 났다. 녹색 스웨터에 대비되는 빨간 립스틱이 어울리는 전체적으로 화려하지 않아서 호감을 주는 인상


곧장 그녀는 탕비실에서 내가 기대한 믹스커피와는 달리 꽤 그럴싸하게 갖추어진 드립커피 한잔을 쥐어주고는 별 말없이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는 모습이 첫 대면이었다. 


뭔가 밝고 따뜻해보이긴 했지만 매일 혼자 혹은 먼저 점심시간을 미리 조정해서 밥을 먹으러 가는 

웃음이 없는 사람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신입직원 교육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1시간 가량 교육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여느때와는 다르게 사수가 들어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전 지역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했다고 들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담당한 사업이나 당시 계약직 신분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놀란듯이 


"작년에 제가 담당했던 사업들을 다하셨네요." 

"계약직이 왜 그렇게까지..." 라며 

나를 공감해주는 듯 하였다. 


지난 년도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는지

얼마나 팀장은 책임감이 없었던 사람이었는지를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보였을 수도 있지만 전 팀장이랑 안맞아요." 그녀가 말했다. 


단례로, 기관평가를 앞두고 본인의 교육을 위해 1주일치 휴가를 써서 

홀로 처음 일하는 직장에서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팀장에게 전화해서 질문할 수 밖에 없었지만 

휴가중에 전화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듯이 팀장이 쏴붙이는 통에 

지옥같이 일했던 일주일의 이야기나 


서울 출장으로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숙소를 예약해둔 내용을 가지고 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내용으로 트집잡혀 

교육 시간에도 팀장 전화하여 속히 양측에서 쪽(?)을 먹은 이야기까지 


1시간동안 받아야 할 교육이 아닌 

성토의 자리가 되었다. 


물론 나도 쌓여온 것이 있던 터라 나는 같이 분노하게 되었고

실제로 팀장이 좋은 사람인건지를 의심하게 되었다. 


업무량이 특정인원에게 몰려있는 그 불합리함에 공감을 못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행동이 도입부가 되어 


어쩌면 공공의 적으로 팀장을 점 찍은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공감대는 이제 쉽게 멈출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편협하게 될 수 있다. 과연 박쥐로 다시 살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간에 난감해지기 쉽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직장내 누군가의 뒷 이야기를 슬쩍 꺼내게 되었다면 

그리고 그걸 듣게 된다면 가급적 자연스럽게 들어주되 

다른 주제로 화제를 바꾸는 스킬은 나에게도 정말 필요한 내용이다. (언제쯤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화자가 내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그 타겟은 나로 바뀔 수 있다. 

그 무게를 견디려면 아마 또 긴장해야 할 거 같다. 


내가 실수한다면 

이제 내가 본업을 잘 해내지 못한다거나 

피해를 입히거나 태도가 불손하게 여겨진다면 

이제 나도 이곳에서 안전할 수는 없다. 


그걸 알고 내일은 가급적 입을 다물어본다. 

어떻게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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