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라는 거짓말
"0 대리는 책임감 있게 일을 하지 않아요."
"그 조그마한 것들도 일많다고 하는 사람인데... 말 다했지"
팀장은 최대한 조근하게 내게 말했다.
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그 말의 끝은 씁슬했고 가시 돋아 있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와 생각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고
언제부터 그렇게 까맣게 태워졌는지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까지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건 내가 알아도 되는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는지 조차 가늠할 수도 없었다.
단지
'그게 힘드셨군요'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울 뿐이다.
팀장과의 첫 만남은
놀라움이었다.
연고지가 아닌 타지로
익숙함에서 불편함으로
부모님과 가깝고 친지들과 가까운 곳이 아닌 타지에서
이제 막 걸음을 옮긴 여행자와 같은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단연코 집이다. 거처다. 힘든 하루살이를 정리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타이밍 좋게도 그 해결책을 처음에 제시한건 팀장이다.
"집은 구했어요? " 팀장이 말했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체구다. 전체적으로 몽땅연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항상 앞머리를 핀을 사용해서 옆머리에 고정시켜 놓은 머리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목소리 톤이 낮고 안정적이어서 푸근한 아줌마 인상을 주며 항상 뜨개질한 하얀 모자를 쓰고 다닌다. 어느 겨울날의 눈사람 처럼
"아직 못구했습니다. 차차 구할 생각이고 당분간은 출퇴근도 생각합니다." 나도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 살던 거처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한 시간 이상
자차로 출퇴근도 생각해보았으나 이틀만에 못할 짓이라는 판단은
지금도 생각해보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사하면서 보증금이 걸려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라도 괜찮다면 머물겠어요?"라고 그 사람이 말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월세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시간동안 무급으로 머물러도 된다는 이야기가
뭔가 하자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만큼 세상은 무섭다.
그러나 쉽게 거절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월세는 그만큼 통장을 찢는다.
적어도 베푼 호의에는 무언가를 갚는게 정상적일텐데
갚기에도 팀장과 대리의 애매한 관계가 걸려서
비겁하게도 나는 지금까지 모른척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했지만
이사한 후에 짧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그 2개월 동안 잠시나마 괜찮은 인상을 받았다.
다만 방문한 집은 복층구조로
밖에서 안이 훤히 비치는 현관문과
비교적 청결하려 집주인의 청소가 돋보였지만
깊게 배인듯한 집 안의 묵은내
그리고 살이 베이는 듯한 추위로 인해서
지금 나는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지금 간혹 나와 대리의 공동타겟이 되고 있다.
호의라는 장막의 뒤에
숨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