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샌드위치를 읽다.

How come? it's Greek to me! -tzatziki.

by 남이사장

난 랭귀지 스쿨을 다니면서 대학준비 중이었다.

학교 상담 중에 나는 광고학과에 가고 싶다 했는데 담당자 이르기를 "너의 영어로는 너무 힘든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는 한참을 생각을 하더니 광고 디자인 쪽을 생각해 보라 했다.

난 아무 망설임 없이 광고 디자인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으로 뉴욕에 있는 대학교들을 알아봤었다. 대학교가 원하는 토플 TOFEL 점수 준비하려고 8개월에 걸쳐서 3번 시험을 봤고 겨우겨우 점수를 맞추고.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교를 알아보고 지원서를 내고 실기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았다.

미술을 해본 적이 없으나 틀에 박힌 그림을 요구하지 않아서 마냥 내 맘대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제일 먼저 parsons 디자인스쿨에 인터뷰가 잡혔다.

준비 과정은 재미있었다.

꼴라쥬. 소묘, 인물화 등을 준비했었는데 그림들 마다 인터뷰용으로 영혼을 담은 설명서를 작성하고 밤낮으로 외웠다.

쨔잔... parsons 인터뷰 날.

햇살 좋은 아름다운 날씨였고 포트폴리오를 들고 영혼을 뽑아 쓴 설명서를 들고학교에 도착했다.

면접실에 들어서니 금발에 초록색 눈이 아름다운 그녀가 나를 보며 다짜고짜 " How come?"이라고 물었는데 세상에 난 그 영어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랭귀지 스쿨에서 나름 열나게 공부했고 내 그림 영어 설명서를 외우다시피 공부했는데 how come이라는 그 두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내 머리는 얼어 버렸다.

짧은 순간 어떻게 왔는지를 묻나 싶기도 했지만 교통수단은

아닌 것 같아서 난 서서 얼어 버렸고 그녀가 나의 그림을 살펴보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parsons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parsons 면접실을 나와서 멍한 나는 줄줄이 외웠던 나의 대사들이 모두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파슨스 앞에서 NYU 쪽으로 걸으면서 '난 대학은 못 가겠구나.'

학생들 틈에서 나는 그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워싱턴 스퀘어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전화를 하고 싶었고 친하지 않았던 재승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재승 오빠는 6개월 전에 대학교 합격을 했고 그때 뉴욕에 살고 있었다.

오빠는 담담하게 어디냐 물었고 난 없는 정신으로 모르겠다 하면서 주위 건물을 설명했고 오빠는 " 20분"이란 대답을 하고 난 벤치에 주저앉아서 다음 학교들의 면접을 걱정하고 있었다.

재승이는 청바지에 녹색 티셔츠를 입고 나를 보자마자 "슬프네"라고 하더니 나의 면접이야기를 듣고

" 못 알아들어도 외운 말은 그냥 해야지 그래야 네가 기세를 잡는 건데 "라 했고

난 또 아무 말하지 못했다.

후에 친해졌지만 나도 그냥 기분상 부른 오빠라서 많이 낯설었고 속으로 후회가 되었었다.

"오빠네 학교는 어때?"

" 좋은듯 나쁜듯 아직 "

"휴"

이런 대화를 하면서 오빠가 " 너 그리스 음식 좋아하냐?" 하길래

난 아직 못 접해봤다 했고 그런 나를 이끌고 재승오빠가 데려간 곳은 IT's GReek to me"라는 그리스 음식 캐주얼 식당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느낀 점.

서빙을 하는 사람들 중에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건장한 백인보다도 더 큰 덩치의 남자들과 여자들은 그리스인들이었다.

백인 같지 않아서 그런데 백인인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

나와 오빠는 자리에 앉았고 오빠는 몇 번을 방문을 했는지 나에게 무엇을 먹을 건지 같은 것은 묻지도 않고 음식 주문을 했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식탁에 나무 사발에 가득히 하얀 소스와 샌드위치 빵 종류 치킨 텐더와 오이 당근 셀러리 알 수 없는 콩요리와 차려졌고 오빠는 이게 차지키 소스야 먹고 싶은 걸 찍어 먹거나 바르거나 먹으면 돼.

그리 친하지 않았는데 부른 다고 흔쾌히 나와 준 오빠가 감사했었다.

하얀 소스는 페인트 같았는데 굵게 절인 오이가 큼직하게 들어 있었다.

허브 향과 레몬 향이 곱게 묻힌 자지키 소스 위 첫 경험이었다.

피타 빵에 넣어서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오빠는 가르쳐 주었고 빵과 즐긴 다음에는 닭고기를 담가 먹고

잠시나마 HOW COME을 잊을 만큼 매력적인 맛이었다.

GYRO 와의 첫 만남. ( 그리스식 샌드위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때 재승이 오빠와는 맨해튼이 집값과 자동차 구입 방법 등등에 이야기를 나눴었다.

소스를 얹은 커다란 샌드위치를 입에 넣고는 참 말도 많이 하고 잘 웃고 쉽게 흥분했다.

하얀 페인트의 꾸덕함에서 전해져 오는 맛.

그릭 요거드보다는 두꺼운 맛. 나는 사우어 크림에 매료되었다.

재승오빠는 그날의 식사 이후로 아주 약간 좀 친해졌고 그것을 인연으로 오빠의 수없는 이벤트 의 딱갈이로서 접어들었다.

여자 친구들을 위한 cd를 준비하고 차량 뒤에 풍선을 채우고 등등 지금 생각하면 무척 촌스럽고 낯 부끄럽지만 당시에 그 언니들은 무척 행복했을 일들.

너무나도 처참한 하루의 오전을 끝내고 하얀색 그리스의 색채 가득한 식당에서 낯선 오빠와의 시간은 시간이 지나 간간히 무척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차지키를 만들어 본다히면..

오이는 살짝 절여서 준비하고 닭고기 살을 찢고 올리브를 다지고 파프리카를 다지고 제일 중요한 것은

레몬과 꿀을 이용해서 산미와 단맛을 더하는 것이다.

산미와 단맛이 사우어 크림의 텁텁함을 상큼하게 덮어주니 말이다.

준비한 차지키를 넓적한 빵 위에 얹은 다음 연어, 계란, 참치, 당근 라테등을 함께 곁들여서 샌드위치를 하면 된다. 사우어 크림이 새어 나오니 오픈 샌드위치로 드시면 더 품위있겠죠?

차즈키를 스테이크와 곁들이면 훌륭한데, 솔직히 양고기와 살짝 바비큐 한 닭 혹은 새우가 더 어울리는 듯 하나소고기 스테이크와 양상추 올리브 오일을 바른 바게트로 한 접시를 채워봅니다.

소고기 위로 흩어지는 차치키의 매력이 뿜뿜 합니다.


한 달 동안 동동 거리며 준비한 인터뷰를 말아 드시고 울음도 안 나오는 멍한 오후에 친하지 않았던 생소한 오빠와 하얀색 가득한 그리스 식당에서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먹었던 차지키였습니다.

다행히 parsons의 인터뷰는 망했으나 그다음부터는 인터뷰 그럭저럭 다 통과했습니다.

4개의 대학교를 지원했고 우연인지 재승오빠와 같은 학교를 선택해서 정말 미친 듯이 오빠 딱갈이를 하면서 많이 얻어먹고 시간을 보내고.

재승이 오빠이야기를 써봐야겠구나 라는 욕심이 생기네요.

정말 그때는 너무 훌륭해서 감히.... 생각도...

다른 세계의 사람인 느낌...

차지키 어렵지 않아요 꼭 드셔보세요.

25년이 훌쩍 지나서 그때의 재승은 지금의 텍사스에서 자동차 도료 공장의 대표로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하얀 색 페인트와 초록빛 오이의 맛을 기억하세요.

저는 딜 (Dill)은 안썼지만 딜이 중요한 재료이기도 해요.

루꼴라로 .... 딜맛은 잘 모르겠어서...

그것은 내게 어려워요. "It's greek to me".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샌드위치를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