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term - Anna 교수님께. 생존의 문제해결,김밥
눈앞으로 코를 들이밀고 다가온 기말 과제 기간.
시험은 시험이고 첩첩 히 쌓인 과제물들이 힘들었다.
그래픽 과제는 영어로 된 어려운 주문서로서 우리가 이해한 내용과 미국인 학생들이 이해한 내용이 차이가 나서 문장 해석뿐만 아니라 형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과제물을 펼쳐 놓고 우리는 각자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해나갔으나 똑같이 주어진 과제물의 결과가
24명의 학생이 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마감 3일 전, 나는 손도 못 대는 그 과제물을 가지고 도서관 한편에서 귀동냥을 비롯해서 클래스 메이트들의
과제물 구경을 하다가 더 깊은 수렁에 빠져있었다.
다가오는 날짜는 압박감 주었고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과제주제는 까마득했다.
제츨 마감일 3일 전 우리는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다들 고민에 빠졌었다.
과제물을 해결하는 것은 둘째치고 Anna교수님께 뭐라도 얻어내야 했다.
Anna 교수님은 매우 까다로우셔서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일본인 학생들과 우리는 깊은 시름에 열한 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도서관에서 말없이 앉아 있었다.
" 할 수 없어 뭐라도 해봐야지"
"그런데 뭘?"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 Anna 교수님 vegiterian이지? 란 말에 모두들 끄덕거리다가
그럼 아직 이틀이 남았으니까 뭐라고 사가지고 교수님에게 물어볼까?
하긴 교수님이 제일 잘 알겠지. 그녀가 원하는 바를.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샌드위치, 비빔밥, 떡볶이, 김밥 등등의 메뉴가 등장했고 다들 대책을 세우느라
어느새 과제주제는 저 멀리 허공을 헤맸다.
채식주의자 교수님이 드실 수 있는 게 뭘까?
이 말 저 말이 성성한 가운데 회의 같은 회의 끝에 김밥이 당첨되었다.
김밥 제공자는 내가 당첨되었고 난 우울했다.
"언제 싸지" "나 다른 과제물도 줄을 서있는데"
열한 시가 넘어서 다들 집중력도 희미했고 무엇보다도 지겨웠다.
"에이 모르겠다 집에 가자"
회의는 종료되었으나 발걸음은 무거웠다ㅣ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양 마트에서 김밥 재료를 사고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쌀을
씻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의 얍삽함은 김밥을 온갖 재료를 다 넣어서 정성껏 싸는 게 아니었으니
그냥 재료를 하나만 넣은 김밥을 싸는 것으로 정했다ㅏ.
" 파는 김밥과는 달라야 해" 뉴욕에서는 어렵지 않게 김밥을 구할 수 있었으나
미국인 Anna교수님은 집에서 싼 김밥은 못 봤을 거라고 믿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 날 새벽.
김밥에 밥이 중요할 듯하여서 쌀을 고급으로 구입하였으며 단무지도 일본 것으로 우엉도 일본 것 워터 클래스도 한 단 , 당근이랑 오이를 준비했다.
종류만 다섯 가지는 나오겠는걸.
밥을 하고 단무지도 곱게 채 썰고 우엉도 조리고, 워터 클래스는 겉절이로 살짝 무치고 당근은 볶고 오이는 살짝 절이고 준비는 끝났다.
그리하여서 다섯 종류의 김밥이 탄생하였고 정확하게 아침 여덟 시 Anna 교수님 방 문고리에는 김밥 15줄이 커피 한잔과 함께 걸렸다.
원래는 내가 직접 전달하면서 동시에 과제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야 했지만 난 그럴 용기는 없어서 받으시고 후에 부르시면 그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김밥을 받으신 Anna교수님은 정말 좋아하셨고 나의 계획대로 친히 나를 부르셔서 과제물을 아주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제출일 한 루 전에.. 첩첩산중이다.
아무튼 남은 김밥을 나눠먹으면서 재료 하나만 들어간 김밥은 꽤 마니아층을 형성했었으며
샌드위치보다는 그날의 김밥이 좋은 선택이었다.
다시 만들어 보면요.
아주 단순하죠. 하지만 당근과 오이를 썰 때 주의 하셔야 합니다.
굵기가 굵으면 절대로 안되거든요.
성냥 굵기로 잘라 주시고 당근은 소금을 조금 넣어서 기름과 함께 바짝 볶아 주세요.
채 친 오이는 설탕 1 소금 1 식초 1에 살짝 절이신 후에 물기를 바짝 짜주시면 끝이랍니다.
저는 달래가 있어서 달래를 매실즙을 넣고 고춧가루 깨 설탕 조금 그리고 참치액젓으로 무쳤답니다.
요새는 냉이도 달래도 미나리도 좋으니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제개 손목이 아픈 관계로 그다지 이쁘지 않게 만들었어요.
샌드위치도 좋지만 어쩐지 김밥이 더 어울리는 날씨네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김밥 어떠세요?
Anna 교수님 김밥은 야채니까 마요네즈로 밥 양념하나가 세줄쯤 만들고는 채식주의자가 생각이 나서 다시 처음부터 참기름 식초 소금으로 양념했었어요. (마요네즈에 계란이 걸렸거든요)
귀찮으시면 그냥 마요네즈로 하셔도 고추냉이를 조금 넣으시면 더더욱 맛있답니다.
오늘은 샌드위치 대신 김밥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