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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r 19. 2020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에서 살아남기 #4

2. 사회적 거리 두기

참 애매한 말이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교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제안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지구촌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트럼트도 트위터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적으로 가까웠던가? 여기서 더 멀어지면 큰일 날 텐데? 무작정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하지 말고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에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을지 모르지만 심리적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할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류가 만든 위대한 발명인 인터넷은 물리적 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발적 주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관계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터넷은 산업자본주의의 과정에서 멀어진 심리적 거리를 다른 형태로 보완하기 위한 의도이거나, 심리적 거리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자 물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심리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막연한 필요성으로 인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의 심리적 거리를 더욱더 멀어지게 만들었지만, 물리적 거리를 파격적으로 해체하여 새로운 관계의 길을 열었다. 자본주의가 만든 경쟁으로 인해 관계 능력이 퇴화될 대로 퇴화된 인류는 눈 앞에 있는 가까운 사람과의 심리적 관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인터넷이 관심의 이동과 함께 언제든 끊어낼 수 있는 인스턴트한 관계를 제공함으로써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가까이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일단 경계부터 하게 되었다. 그나마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로 인해 필요에 따라 언제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잠재적 관계의 가능성마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험이 장차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에도 상흔으로 남아 인류의 심리적 거리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져 과거의 바쁜 일상으로 우리를 내 몰지...


위기는 기회고 기회는 찬스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면, 그 위기를 기회 삼아 그동안 멀어져 왔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기 위함이다. 불행해지기 위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돈을 벌고, 집을 산다. 나아가 자녀들이 미래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교육으로 내 몬다. 그 과정에서 정작 행복의 최소 단위인 가족과의 심리적 거리는 거의 끊어지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로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자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장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행복을 지키기 위해 불행 속으로 뛰어들었고, 그 불행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합리화해 왔기 때문이다.


인류는 늘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관계의 환경이 인류 앞에 놓여 있다. 모쪼록 인류의 미래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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