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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그리다

by 이종민


펜드로잉을 하면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데, 꽤나 매력적이다. 특히 소나무를 그릴 때에는 솔잎의 숫자 만큼이나 그 시간이 길어지고, 시간을 잊기 일쑤다. 펜으로 소나무를 그리는 순간은 어쩌면.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온갖 상념을 그려 넣는 순간일 지도 모른다.


펜과 종이가 만나는 소리는 부드럽지 않고 날카롭다. 오래전에 들었던 어떤 소리와 닮아, 그릴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지금은 아버지 어머니가 묻혀 계시는 고향 선산에서 들었던 소리. 꼭 이맘때 쯤 이었나 보다. 차가운 바람이 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날이면, 내 머리 한참 위에서 검푸른 솔잎들이 이런 소리를 내었고. 솔잎 사이로 초겨울 바람이 속도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겨울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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