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를 보면,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로 시작하는 박인로의 시를 읊게 된다. 내 선조이신 한음 이덕형 선생께서 내리신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한 시이다.
오래전 이맘때, 고향 마을에서는 아버지께서 감을 한소쿠리 따 놓고 우리를 기다리셨다. 또한 어느 글에서 나는, 병석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감의 껍질처럼 투명하고 맑다고 썼다. 내게 감의 이미지는 이와 같은 것이다.
바알갛게 물든 감나무 아래에서 마당을 쓸고 계시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다. 어떻게 그려도 그건 내 부모님의 모습이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나는 철없는 아들에 불과하다. 언감생심 나는 옛 시인 박인로의 처지가 되는 것이고. 내 아버지는 늘 한음선생이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