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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창작, 그리고 모두의 저작권

by 클라우드나인

어릴 때부터 나는 다이어리에 뭔가를 끄적이거나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보여질 작품을 쓴다기보다는 나 혼자만의 감정을 노트 위에 온전히 풀어내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즐거울 따름이었따. 언젠가부터는 그 머릿속 상상을 결과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 에세이, 디자인 등으로 풀어보곤 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가서 닿지는 않았지만 나의 창작물은 누군가에 의해 공유되기도 했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창작'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창작은 나 자신을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솔직하게 담아내는 방법이다. 음악 1곡, 시 1편, 그림 1장에는 내가 어떤 순간에 느꼈던 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이 온전히 담긴다. 그래서 창작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한 사람의 시선과 삶이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나'를 위해서 쓴 그 창작물이 다른 사람에게 어쩌면 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가 쓴 에세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내가 만든 음악이 내 행복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가 흔히 대화나 사랑을 통해 타인과 연결된다고 하지만 이런 창작물을 통해 '연결'되는 경험은 특별할 뿐 아니라 견고하다. 나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또 영감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창작물이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창작물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 존중받지 못한다. 다양한 sns나 플랫폼을 통해 내 창작물이 원래 의도와 상관없이 짜깁기 되거나 편집되어 돌아다닌다. 혹은 원본이 버젓이 있는데도 거이 그대로 베낀 또 다른 창작물이 뻔뻔스럽게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품을 들이지 않고 뛰어난 창작물을 만드는 방법에만 몰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만든 '창작'에 대한 가치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 창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듯이 창작물은 소리 없이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한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안전망이다. 저작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창작자는 창작을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진정한 의미의 '창작'은 사라지지 않을까.


저작권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문화는 단순히 법을 잘 지키는 사회가 아니다. 저작권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저작권만큼이나 그 저작권이 보호하는 '창작'에 대한 가치가 높아진다. 이용자들은 창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을 소비하고 활용한다. 창작자들은 그 어디에서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즉 창작과 저작권은 어느 한 쪽이 커지면 다른 한 쪽이 낮아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커지면 다른 한 쪽도 덩달아 커지는 '시너지 효과'에 가깝다.


나는 어릴 때처럼 지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풀어낸다. 나의 창작물이 한 사람에게라도 진정으로 가서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가 창작을 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 정성에 대한 권리도 보장받고 싶다. 나의 의도가 온전히 담긴 창작물이 다른 사람에게 가서 닿을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지켜주는 것이 저작권이라고 생각한다. 창작과 저작권이 동시에 지켜질 때 모두의 권리가 보장받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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