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닮았나

by 클라우드나인

앞으로 몇십년이 될지 모르는 미래를 함께 할 사람과 서로의 경제관념이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결혼은 실전이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사소한 것들부터 집 값에 이르는 큰 돈까지 결혼 후에 둘이 결정해야 될 경제 관련 이슈는 많다. 남편과 나는 경제관념에 한해서는 평소 성향과 완전 반대가 된다. 확실히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리스크를 많이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제테크나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스스로도 약간 미련하다는 생각을 하지만서도 그냥 차곡차곡 돈을 예적금을 통해 모으는 편이다. 남편은 주식, 코인 등 투자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직접 작은 돈이라도 굴려 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점점 과감해진다. 결혼 하기 1년도 훨씬 전에 남편이 "나 투자 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마통(마이너스 통장) 뚫을까 고민 중이야"라고 하자 뚜렷한 명분 없이 빚을 지는 게 이유없이 싫었던 나는 "그 마이너스 통장, 내가 해줄게!"라고 말했고 당시 사회초년생으로서 꽤 컸던 몇천만원을 선뜻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송금했다. 많이 불려서 이자 쳐서 갚겠다 했던 그 돈이 지금은 다른 돈들과 다 섞여서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혼 하고 나서는 우리의 경제에 대한 반대 성향이 더 두드러졌다. 매사에 도전적이고 충동적이라 주변에서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나는 경제에 대해서만은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남편은 세상 신중하고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타입인데 경제 영역에 대해서는 완전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나는 빚 지는 느낌이 싫어서 빚을 지더라도 빨리 갚아 버리고 털어내고 싶어하는데 남편은 효율성의 측면에서 당장 빚을 갚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먼저 따진다. 남편이 살아온 삶을 보면 절대 코인 같은 거에 돈 안 넣고 열심히 예적금 해서 대출 받아서 집 살 것 같은데, 지금은 이와 완전 반대다. 돈을 깔고 앉아 있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며 둘이 젊을 때 좀 더 리스크를 지더라도 빠른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나는 (혼자 있었으면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남편이 워낙 투자, 제테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된다고 느꼈는지 안정성을 담당하고 있다. 남편이 투자할 때 한 번 더 말리고 고민하게 하고 단기적인 이득이 없더라도 우리의 안정적인 삶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목돈을 써야 된다고 생각하는 대상도 좀 달랐다. 어렸을때부터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집'에 투자를 했고 그 투자로 나름대로 윤택하게 살 수 있었던 우리 집에서 살아온 나는 남편에 비해 집에 두는 가치가 조금은 더 크다. 내가 원하는대로 1년중 6개월은 여행을 다니면서 사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더라도 서울 좋은 위치에 집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편은 우리가 지금까지 모은 돈에다가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합해 집을 사게 되면 몇십년은 회사에 지금처럼 매여 있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생긴 것만 보면 죽을 때까지 성실하게 9 to 6 회사에 출근하는 안정감에서 오는 행복에 만족할 직장인상인데 늦어도 40대에는 은퇴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내가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내가 프리랜서를 고집하며 안정적인 직장과 커리어를 거부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은 안정감이라고 말하는)계약 관계에서 오는 얽메임에서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계약기간이 몇십년이라고 하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통제감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까. 서울에서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면 안정적인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덕을 봐야만 한다. 프리랜서는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잘 나가느냐에 상관없이 신용 등급이 높지 않아 대출 받기가 매우 어렵다.


남의 얘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곤조 있는 편인 나지만 가끔 경제 영역에 있어서는 흔들릴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집을 사거나 할 때는 우리의 결정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겠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만 잘 챙기면서 살아내면 되는 핵핵가족이고 책임져야 할 아이가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시야를 가져도 된다. 나는 남편을 통해 그리고 남편은 나를 통해 우리 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사람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