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상견례 자리는 누구나 긴장되는 자리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원래도 어른들한테 잘 하고 예쁨 받기 때문에 나 하나는 걱정이 안되지만 상견례는 나 혼자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엄마, 아빠와 나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드러나는 자리이다. 그리고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이 자리에서 드러난다. 상견례는 이런 것들을 '서로' 보여주는 자리이다.
우리 집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저 쪽 집에서는 '오잉?' 싶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버릇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저 쪽 집안에선 숨쉬듯 자연스러운 것들이 우리가 느낄 때는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집안의 문화나 분위기에 상관없이 우리 둘이 좋다고 만나게 됐다. 그리고 우리 둘이 그 두 개의 서로 다른 집안을 끌어다 이 자리에 앉혔다.
상견례에서는 각 집안의 분위기와 각자 우리 집에 가족으로 들일 사람의 부모님이 어떤 분인가를 보는 게 큰 목적일 거다. 그리고 상대 집안 가족 일원이 될 우리 아이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말이다. 우리 집처럼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보통 결혼 전에 상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양가 어른들이 보는 자리가 된다. 이후에 결혼식 당일을 제외하고는 사돈 간에 교류를 하거나 만나서 수다 떨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이 날 다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자식들이 어떤 대접을 받으면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살게 될지를 엿보게 된다.
최근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에서의 상견례 장면은 다들 직접 겪어 보지 않아도 공감될 만한 포인트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많이 공감했던 것 같다. 요즘과 달리 진짜 딸이 '결혼한다'가 아니라 '시집 보낸다'라는 말처럼 출가외인 취급하던 당시의 문화가 절절히 느껴졌다. 양가 부모님들과 주인공 둘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도 가장 낮은 위치를 담당하게 되는 금명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했을 때는 그 부모님까지 싸잡아 욕먹고 무안 당하는 그 현실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아마 이 상견례 자리에서 금명이의 부모님은 10년, 20년 후가 눈에 보였을 거다. 곱고 소중하게만 키웠던 내 딸이, 금명이가 저 집에 가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말이다. 그럼에도 딸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니까, 딸이 원하는 결혼이니까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내는 그 모습에서 부모님의 마음이 절절이 느껴졌다.
사실 다 비슷하겠지만 상견례는 우리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우리가 말할 기회는 거의 없다. 가끔씩 맞장구를 치거나 물어보는 질문에 답할 때를 제외하곤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 필요가 없더라. 대부분 양가 부모님들 중에서 활발하신 분들이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우리들이지만 말이다. 당시에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는 마주보고 앉아 가끔 눈길을 주고 받으며 이 시간이 잘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상견례 자리가 끝나면 이때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또 할 말이 많을 거다.
그럼에도 상견례에서는 서로 아는 게 많이 없다 보니 대화가 중간 중간 끊길 수 있다. 그래서 상견례 식당을 고를 때 코스로 나오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 코스로 음식이 나올 때마다 해당 음식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할 수 있고 중간 중간 대화가 끊길 때쯤 사람이 들어오고 음식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단 상견례 장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적당히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는 거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개방된 공간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소음이 방해할 수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다들 긴장하고 서로의 말에 최대한 귀 기울여 듣는 시간들이 방해받을 수 있다.
상견례 때 보통 당사자 둘이서 양가 어른들에게 드릴 선물도 준비하곤 하는데 전통적으로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경우에는 '우리 둘이 좋아서 결혼하려고 하니까 양가 부모님들이 총출동해서 각자 자식들 잘 봐달라' 인사 해주시는 거니까 그 부분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이때는 각자 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겉치레처럼 느껴져도 형식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면 조금 더 돈이 들어도 전통적인 선물들, 포장도 신경써서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집처럼 모든 것을 우리 둘에게 맡겨주고 믿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들의 경우에는 우리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정도의 선물이면 뭐든 좋다. 과일, 꽃, 간단한 간식, 건강식품 등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