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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y 06. 2021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만큼 사랑한 음식

wikimedia commons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알아주는 빙수 마니아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전에 그는 많으면 하루 열 그릇까지 빙수를 ‘뚝딱’ 하기도 했으며 빙수라는 제목의 수필까지 남겼다고 한다. 


“사알-살 갈아서 참말로 눈결같이 갈은 고운 얼음을 삽죽 떠서 혓바닥 위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씹을 것도 없이 깨물 것도 없이 그냥 그대로 혀도 움직일 새 없이 스르르 녹아버리면서 달콤한, 향긋한 찬 기운에 혀끝이 환해지고 입 속이 환해지고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가슴속 뱃속 등덜미까지 찬 기운이 돈다”는 표현을 보면 그가 어린이들만큼이나 빙수를 사랑했다는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방정환 선생이 즐겨 먹었던 빙수는 팥과 각종 고명이 듬뿍 올라간 오늘날의 빙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Pixabay



당시의 빙수는 일본식 ‘카키코오리’로 곱게 갈아낸 얼음에 시럽만을 부어 먹는 것이었다. 


바나나나 오렌지 시럽이 주로 사용됐다고 하며 방정환 선생이 가장 좋아했던 맛은 딸기 시럽이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수필 ‘빙수’에는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생달걀을 깨어 넣은 것이라거나 색색가지 시럽을 얹은 색동 빙수, 건포도 고명이나 황설탕이 들어간 빙수 등이 언급되는데 모두 요즘에는 보기 힘든 레시피이다. (그러고보니 달걀 얹은 빙수는 일드 '트릭'에서 나카마 유키에가 즐겨 먹는 메뉴이기도 하다.)


얼음이나 만년설에 꿀과 과일즙, 우유 등을 섞어 먹었다는 기록은 이미 고대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빙수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발달했는데 우리와 가까운 대만에는 쉬에산(雪山)이라는 이름의 빙수가 유명하다. 


곱게 갈아낸 얼음에 여러 가지 소스와 토핑을 얹는데 보통 팥이나 각종 한약재로 만든 젤리, 과일 등이며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망고빙수가 있다. 



Flickr




필리핀의 ‘할로할로’는 팥 대신 설탕에 절인 콩을 사용하며 고구마와 비슷한 ‘우베’라는 마과 식물로 만든 아이스크림, 코코넛 젤리 등이 들어간다. 


‘아이스 카창’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식 빙수인데 딸기, 사과, 커피맛 같은 시럽을 뿌려 먹는 것이 특징이다. 위에 두리안 크림, 망고, 크림 옥수수를 얹어 먹기도 한다. 


이란식 빙수인 ‘파루데’는 고급스럽게 식용장미로 만든 로즈워터로 맛을 내며 실처럼 가느다란 면이 들어간다. 


그에 비해 유럽식 빙수라고 할 수 있는 ‘그라니타’는 레시피가 다소 심플한 편이다. 


 Shaw Air Force Base



시칠리아 섬이 원조로 알려진 그라니타는 라임, 레몬, 자몽과 같은 과일에 설탕과 와인 혹은 샴페인을 넣은 혼합물을 얼린 것이다. 


‘화강암’을 뜻하는 그라니트(Greanite)에서 따온 이 디저트의 명칭은 굵은 얼음 결정이 마치 투명한 석영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왠지 요즘은 프랜차이즈 빙수가 보편화되면서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가격도 상당히 비싸졌다. 


코로나19로 가족 나들이도 부담스러운 요즘, 묵혀뒀던 빙수 기계를 꺼내 우리집표 빙수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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