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4
# 3
조직개발 워크숍을 준비할 때, 효과적인 토론과 대화를 위한 프레임과 도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사고의 범위와 대화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
그래서 ‘조직개발’이라는 업을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이론적 백그라운드가 탄탄한 프레임과 도구를 발견하고, 이를 조직의 상황과 변화 지향점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감될 만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원들의 질문과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개인적으로는) ‘킥’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만난 모 스타트업의 리더는 구성원들의 퇴사로 꽤나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조직은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데, 안정되지 못한 인력구조로 인해 효과적인 리텐션 방안과 오프보딩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주로 어떤 배경으로 퇴사하나요? 사람들마다 퇴사 경로와 계기가 조금씩은 다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와 계기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계신가요?”
리더는 당연하다는 듯, ‘이직’이라고 답했다. 더 알아보니 HR에서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이직’, ‘진학’, ‘건강 문제’, ‘가족 돌봄’등의 항목으로 필터를 걸어 직원 퇴사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적 사유’라는 항목이 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개인적 사유가 어떤 것인지는 ‘비고’란에 간단히 적혀있는 사람도 있고, 적혀있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알 수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신의 커리어를 잠시 돌아보고 쉼을 가지는 ‘갭이어’도 존재할 수 있고, 제 2의 커리어와 인생을 준비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은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혹은 새로운 분야에 더 큰 관심이 생겨서 조금 늦게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하기에는 조직에 제약이 많아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위의 항목 중 어떤 필터를 걸어 자료 관리를 해야 하는 걸까? 삶의 생애주기 life cycle 에 따라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변수들이 구성원들이 일터에 남거나 혹은 떠나거나 하는 선택에 영향을 줄텐데, 이런 것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직의 전개 모델(Unfolding Model of Voluntary Employee Turnover)은 Thomas W. Lee와 Terence R. Mitchell 교수가 1994년에 제안한 이론으로, 직원들의 자발적 퇴사가 단순히 직무 불만족이나 더 나은 대안의 발견이라는 단일한 과정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다양한 경로와 계기를 통해 퇴사가 발생함을 설명한다.
전통적인 퇴사 모델이 주로 [직무 만족도 저하 → 대안 탐색 → 이직 의도 → 실제 이직] 이라는 비교적 선형적 과정을 가정하는 반면, 이 모델은 ‘충격(shock)’이라는 개념을 핵심에 둔다. 여기서 충격이란 직원이 자신의 직무나 조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경험을 의미한다. 충격은 긍정적일 수도(복권 당첨), 부정적일 수도(상사와의 갈등), 또는 중립적(배우자 이직)일 수도 있는데, 이는 반드시 직무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삶에서 발생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충격이 직원으로 하여금 현재 직장에 계속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고 퇴사를 고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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