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과 OS의 시대가 가고 USER의 시대가 온다]
이번 북토크는 되도록이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소개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에 대한 사유가 어떻게 흘러오고 확장되었는지를 나눌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4권의 책을 통해 나는 꾸준히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의 조화와 시너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브랜딩의 관점으로 HR과 조직문화를 조망하고, 스캇펙이 이야기하는 사랑과 성장의 개념을 가져와 경영의 의미를 짚어보기도 하였다. 완전히 다크한 영역으로 넘어가 조금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고(‘이안’이라는 영어이름으로 필명을 사용하였다)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어 조직을 망치는 가스라이팅 편지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이번 책은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에 대한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다움 ‘에서’ 우리다움으로>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자기다움이 우리다움으로 연결되는 그 과정과 관계에 집중하였다. 조직 안에서 개인의 존재감이 상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기 위한 마인드셋과 태도, 그리고 그것이 팀과 조직의 시너지로 연결되는 위한 토양과 환경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실용적인 제도 설계를 제언하였다.
이런 나의 사유와 문제인식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App)’과 ‘운영체제(OS)’에 빗대어 설명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조직 운영과 HR의 관심사는 주로 App에 쏠려 있었다. 유용한 성과관리 툴, 새로운 채용 도구, 효과적인 육성 프로그램 등 어떤 도구가 그야말로 유용한 솔루션으로서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중요했던 것. 그래서 늘 조직 안에서 ‘벤치마킹’을 언급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아무리 유명한 도구를 들여와 조직에 심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도구가 제대로 작동할만한 토양과 환경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연스레 ‘조직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즉, App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도와주는 OS(운영체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인 의미있는 신호탄이자 새로운 트렌드의 포석이었다. 아직 이전에 App을 베껴오는 습관이 남아있는 많은 조직들은 앞다투어 우리도 ‘우형처럼’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보자며 code of conduct 나 culture deck 를 만들고 멋지게 공간을 꾸미기도 했다. 구글, 넷플릭스, 레이 달리오, 마스다 무네아키, 마쓰시다 고노스케 그리고 드러커까지. 대형 서점의 경영 섹션에서 이 키워드들을 가진 책들이 꽤나 잘 나갔던 기억이 있다. 몇몇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culture evangelist와 같은 포지션이 생겨났고, 조직문화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시도가 있었다. (사실 그만큼 조직문화가 이전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지, 실은 전략에 늘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유는 경영 환경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로 가속되는 불확실성과 변동성, 보수적으로 얼어붙은 투자 시장, 그야말로 무섭게 급속도로 달리는 AI기술과 대형 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사투, 거기에 갈수록 심화되는 고용 한파와 희망퇴직 등은 비즈니스 환경을 경직시키고 성장보다 생존에 대한 압박을 키우고 있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놈이 승자’라는 말보다 ‘오래 버티는 놈이 승자다’라는 말이 더 와닿는 시대다. 물론 버틴다는 것은 섣부른 변화 대신 내실을 다지며 변화무쌍한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 가는 힘을 의미할 터. 실은,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성장하고 변화해야 한다.
USER(유저)란 사용자, 즉 조직 구성원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직의 효율화를 높이고 최적화하기 위해 App에 관심을 쏟았다가, 그 App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자 OS를 요리조리 손보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유저가 누구냐에 따라 App의 활용성도 OS의 유용성도 달라질 것이다. 유저의 기호나 성격, 관심사, 역량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App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 활용성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영상 편집 앱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활용 범위와 결과물은 하늘과 땅차이. 유저의 역할과 주어진 과제에 따라서 운영체제도 달라질 수 있다. 디자이너는 윈도우보다 맥 기반의 OS를 활용하여 자신의 기술을 더 확장할 수 있다. 경영지원 담당자는 맥 보다는 윈도우를 사용하여야 외부에서 협력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자료를 주고받고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용이하다. 이처럼 유저의 개인적 특성은 App과 OS의 효용성 자체를 바꾸는 핵심변수다. 즉, 유저는 조직문화(OS)와 각종 제도(Application)가 본래 목적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개변수’이자, 그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반감시키는 ‘조절변수’인 셈이다.
어떤 변수가 매개변수도 되고 조절변수도 된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의미다. 그 변수의 영향력이 아주 지대하다는 것. 이는 이제 조직의 성공이 유용한 App 설치나 안정적인 OS 구축만으로는 담보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하는 ‘USER’ 그 자체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개개인이 조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지에 따라 App과 OS의 효용성은 극대화될 수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HR 분야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App과 OS의 시대를 지나 USER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시대적 전환을 알리는 선언인 셈이다.
'USER의 시대'는 나의 오랜 화두이자 이번 책 [더 시너지, 자기다움에서 우리다움으로]가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더 구체적인 생각과 관점을 북토크 현장에서 직접 나누려 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지속가능성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분들과 더 밀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길:)
# 북토크 신청 링크 (9/20(토), 참가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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