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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진짜 비밀

by 알쓸채은

내 아이의 이른 독립을 꿈꾸다 보면 아이의 '공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꼭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 좋은 라이선스를 따야 한다'라는 욕심은 차치하고


무엇을 하든 배우고 익힐 수 있어야 하니까.


독립된 어른이 되기 위해 우수한 학습 능력은 좀 갖췄으면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요즘 고등학교 1등들 들여다 보기


아이 공부에 욕심이 생기다 보면 자연히 근무하는 학교 아이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궁금하다.


어릴 때 뭘 좋아했는지, 선행은 했는지, 방과 후는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


이런 마음은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아이 아빠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품고 레이더망을 치켜세우던 어느 날, 자기 반 1등이 종이비행기를 신나게 날리더란다.


남편 반 1등 아이, 동희로 말하자면 지방 내로라하는 학군지에서 중학교를 마친,


엄마, 아빠, 할아버지까지 모두 의사인 집안에서 자신 또한 의사의 꿈을 품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아이다.


당연히 선행도 제법 했고, 중학교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적을 받은 동희는


확신의 고등학교 내신 받기 위해 학군지에서 한 동네 건넌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런 동희가 종이비행기를 신나게 날리는 걸 본 남편은


순간 우리 집 아이와의 공통점을 찾았다며 앗싸! 를 외쳤단다.


"동희야, 어릴 때 종이접기 많이 했어?"


"네, 제가 한 종이접기 했죠!'


"네모 아저씨 알아?"


"당연히 알죠!"


종이 접기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이란 믿음을 품고, 우리 아이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꿈을 품고.


자기 반 1등으로는 표본이 너무 작으니 옆 반 아이, 그 옆 반 아이에게도 묻기 시작했단다.


"어릴 때 종이접기 좀 했어?"


하지만 아쉽게도 남편의 추측은 틀렸다.


각 반의 1등 중 종이접기를 많이 한 애도 있고, 그저 그런 애도 있고, 극도로 싫어하는 애도 있었단다.


결론은 그냥 개취인 걸로.



요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찐 비결


"에이 뭐야, 밥이나 먹어!"하고 핀잔을 주는 내게 남편이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래도 소득이 하나 있었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진짜 공통점을 발견했다."


"뭐?"


"그건 바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


고등학생이 일찍 잔다고 해봐야 12시를 넘기지 않는다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정규수업 듣고 학원 가고 숙제하고 평균 1~2시에 잠드는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학군지에서 독보적 내신 1등과 학평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며 여유를 부리는 우리 학교 전교 1등도 일찍 잔다.


예전에 우리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하루에 3~4시간 자며 밤늦게까지, 코피 흘려가며 공부를 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요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밤잠을 줄이기보다는


새벽 시간을 활용하고, 적절한 수면 시간을 지키고, 깨어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주말에도 늦잠 자는 것 없이 늦어도 아침 7시에는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남편 반 1등, 동희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잠은 11시 반에 자지만


하교 후 택시를 불러 다음 스케줄을 맞출 정도로 낮 시간은 효율적으로 쓴다고 한다.


최근 재미나게 읽은 책 중에 <서울대 의대 1학년의 찐 합격 노트>라는 책이 있다.


공스타로 유명한 서리라는 서울대 의예과 23학번이 쓴 책인데 이 책의 저자 이력이 놀랍다.


저자 서리는 23학년도 대입에서 현역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가톨릭대 의대수시에 모두 합격한 인물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입시 생활의 노하우가 알짜배기로 담겨 있는데 내신과 수능을 모두 잡아먹은 이 친구도 밤샘 공부를 하진 않았다.


오히려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수면이 부족해 그다음 날 수업이나 생활에 지장 주는 것을 경계했다.


요즘 입시 현장의 찐 1등은 이렇다.



왜 그럴까? 언제 공부하지?


이렇게 된 이유를 나름 추측해 보면 입시 내용과 형태의 변화가 한몫하는 것 같다.


여전히 고등학교 공부에서 아이큐보다 지구력과 의지력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학교 다니던 때처럼 달달 외워서 1등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외운 것들을 잘 응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각종 수행과 비교과 영역의 활성화되면서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 사고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유리해졌다.


육각형 인간을 원하는 또래 문화까지 가세해 무작정 시간만 들여서는 최상위권에 오르는데 한계가 있는 세상이다.


뇌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아이들의 뇌발달 측면에서 수면이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해졌다.


나아가 수면은 단지 수면 시간의 문재가 아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잡혀 있다는 것.


빗발치는 총알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과제들을 다 해내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루틴,


습관처럼 공부하고 수행해 내는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단 잘 재워 보자


우리 집 아이가 최상위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배우고 익히고 응용하는 학습 능력을 가진 성인으로 독립하려면 습관부터 잡아줘야 할 것 같다.


그중 일단 잠부터 잘 재워보자.


최근 만난 소아정신과 의사 선생님 왈,


초등 저학년은 9시에, 초등 중학년은 10시에 자야 정상적인 뇌발달이 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 운운하면서 오늘부터 9시 취침이다.


빠른 육퇴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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