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여행자들이 많이 체험하는 슬리핑칸이 아닌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칸을 타고 2시간 여 달렸다. 달리는 동안 만난지 24시간도 안 된 '담'님께 나를 알리면서 쉴새없이 떠들었다. 그러고 나니 전날 비행기에서 홀로 흘려보낸 나의 이야기가 정말로 끝이 난듯 싶었다.
1. 우리가 탈 기차, 2. 실시간 운행 어플 3. 기차 내부
인도의 기차를 탈 때 on time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류시화의 책으로 많이 예습을 했으니까, '늦지만 오긴 할 거니까~'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기차를 기다렸다. 물론 실시간으로 기차의 위치를 알 수도 있다. 기차의 내부는 쾌적하고 깔끔했다.
아그라에는 그 유명한 타지마할과 아그라포트가 있다. 우리는 석양이 지기 전 아그라포트를, 해가 떠오를 때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위 두 명소는 무굴제국의 황제인 샤자한을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는데, 아그라포트(요새)는 샤자한이 짓진 않았지만 샤자한이 건축 등으로 재정을 축내자 아들인 아우랑제브가 샤자한을 이곳에 가두었고, 샤자한은 쓸쓸히 말년을 이 아그라포트에서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타지마할은 샤자한의 아내인 황후 뭄 타지를 위해, 그녀가 죽은 해부터 22년에 걸쳐 건축했으니 가히 아그라에서 샤자한을 모르고 갈 수가 없다.
아그라포트
아그라포트에서 타지마할이 보인다.
아그라포트에는 그당시 에어컨의 역할을 했던 기술이 담긴 방이 있는데 벽과 벽 사이에 찬 물을 채워 시원하게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채워 보온을 했다고 한다. 건축물에 담긴 그런 디테일이 무굴제국에 대해 더 호기심을 가지게 했다.
저 멀리 보이는 타지마할
아그라포트에서 보이는 타지마할
20여년 전 나를 사로잡은 타지마할
초등학생 때 각자 마음에 드는 세계의 건축물을 1개씩 조사해오는 과제가 있었는데, 나는 진부한 것은 싫었기에 한참의 구글링을 하다가 '타지마할'을 찾아냈다. 하얀색 건물인데 좌우 대칭이 맞는 건물과 동경하던 주작대로가 펼쳐진 타지마할은 어린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A4용지에 타지마할의 이미지와 그에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 과제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는, 나를 타지마할의 동쪽, 서쪽, 남쪽, 정면, 측면에 위치시키고 타지마할을 향해 곧게 뻗은 그 길을 걸어가는 상상을 했더랬다. 그랬는데 20여년이 지나 타지마할에 와있다.
잘못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주듯
새벽부터 일어나 도착한 타지마할 입구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즐비해있었다. 어스름하고 해가 뜨기 전 여명 속에서 타지마할 입구에 도착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타지마할의 입구인 파라다이스 게이트가 액자가 되어 그 안으로 보이던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너무나도 황홀했고, 가이드가 설명해주던 파라다이스 게이트의 의미는 감동적이었지만 듣는 내내 무척 배가 아파졌다.
" 너...? "
" oo..."
파라다이스 게이트로 천천히 입장하며 타지마할을 마주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타지마할이든 뭐든 눈에 보이지 않고, 화장실로의 직행이었다.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다. 화장실을 지키는 여성만 있을 뿐. 그 분께 화장지가 없다고 하니 딱 1장만 주셨고 내가 입고간 사리의 옷 매무새가 영 별로라는 제스쳐를 취하더니 사리를 다시 접어 핀으로 고정해주고 이마에 빈디 스티커를 하나 붙여주셨다. 예뻐졌다!
(너무 감사하지만 드릴 돈이 없다고 했고 한껏 미안한 진실된 표정을 지었다.친구에게라도 돈을 받아와서 달라고 했지만 정말 우리는 현금이 한 푼도 없었다. 가이드와 드라이버와 함께 왔기에 가진 것은 핸드폰 뿐. 정말 없다는 걸 느끼셨는지 그냥 보내주셨다. 정말로 팁을 드리고 싶은 정도의 터치였는데...)
배가 아파 들어간 화장실에서 나는 한층 아름다운 인도 여성 느낌나는 매무새로 돌아나왔다. 역시 원치 않는 상황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니까!
파라다이스 게이트를 통과하고...
한결 안정된 마음으로 파라다이스 게이트을 안에서 밖으로 바라보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파라다이스 게이트 위에는 11개의 작은 돔이 있는데, 타지마할을 건축하는 22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굴제국의 디테일
타지마할의 위치는 꽤나 상징적인데, 가이드에 설명에 의하면 이슬람의 상징인 달과 별을 형상화했다고 말해줬다. 즉 야무나 강이 초승달의 형상, 별이 타지마할이라는 것이다. 들을 때는 꽤 그럴듯하다고 느꼈는데 지도를 보니 야무나 강의 곡률이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야무나 강
타지마할은 대칭적이다. 정면, 측면, 후면에서 본 타지마할은 모두 같은 모양이다. 타지마할의 대리석, 부조, 세공 모두 아름다웠지만 나는 대칭적, 상징적으로 의미를 담으려고 했던 무굴제국의 집착이 마음에 들었다.
무굴제국은 인도, 페르시아식 발음으로 몽골이라고 하는데 몽골은 어쩌다 인도반도에 까지 오게되었을까. 그리고 무굴제국이 건축에 담으려고 하는 그 대칭적, 상징적인 의미와 기술은 어디에서 온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