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중 만난 캐릭터.
2010년 프랑스 유학 중.
2학년 2학기를 마무리한 무더운 여름이었다. 방학을 이용해 짧은 기간 아일랜드에서 인턴쉽을 했다. 일을 하는 짬짬이 낙서를 끄적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영어를 잘 못해서 하릴없이 그림만 끄적댔다. 내 작업의 8할은 맘대로 안되던 외국어 덕이리라.. 크흡..ㅜㅜ)
그 와중에 탄생한 게 너.소.당의 메인 캐릭터인 토끼와 동자 캐릭터이다.
스토리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에 꽤나 시간이 지나서 구상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적 틀이 전혀 없던 상태라 우선 손이 가는 대로 캐릭터들만 그려냈다. 내 그림 스타일이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기에 캐릭터들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형태들이다. 이런 둥근것(?)들을 옹기종기 한데 모아보니 따뜻한 느낌이 배가되어 점점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가슴 속에 부풀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설렘! 그리고 차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를 시작으로 조금씩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2010년- 이 무렵의 나는 작업적으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2009년에 만들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고래>가 예기치 않게 여기 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도무지 다른 작업을 진전시킬 베짱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1년가량 끌어안고 있었던 이 작업이 끝난 후로 맥이 탁-하니 풀려버렸고, 그 후로도 내 심신의 상황을 미처 다듬지 못한 채로 꾸역꾸역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꼭 과거 얘기하듯 글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작업이 끝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심신을 앓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참여한 이 인턴쉽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챙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다른 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내가 가진 능력들을 비교.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었는데, 이는 함께 공부하는 학교에서의 수업이나 개인 작업을 통해서는 얻기 힘든 과정이었다. 또 다른 이득은 안으로만 향해있던 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내가 처해있던 상황의 쇄신이 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게 그곳에서 만나 함께 일했던 이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운이 좋았다.(But 내 영어 실력. 그들에겐. 너무나 sorry)
남은 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고 계절이 바뀐 9월, 학교 3-1학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스토리'제작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