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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un 27.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02

스토리가 그리 쉽게 써질 줄 알았냐?

자-

이제 이 녀석들이 뛰어놀 공간과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움직일지 생각해야 한다.

원래 초기 시놉은 '달'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할 생각이었다. 몇 가지 그려내고픈 이야기와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었고 그와 함께 할 캐릭터도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

.

.

내 예상을 후려갈기며 이야기는 전-혀 뜻대로 풀려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작위적인 느낌은 강해져 갔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첫 단계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에 반복.

억지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짜 맞추려니 점점 무리한 설정이 튀어나오길 여러 번. 이야기는 생각 보다 쉽게 만들어질 것 같다는 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인해 작업 전체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좀 더 신중하게 작업 과정을 고려치 않았던 과거의 내 건방짐이 야속했고 이대로 작업을 잘 헤쳐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위축되어갔다. 그 즈음은 학교의 졸업학기가 시작되면서 이듬해 6월에 있을 졸업발표도 함께 준비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진퇴양난! 

 졸업발표를 8개월가량 앞두고 있던  10월의 가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르고 집 앞 나뭇잎은 시리도록 붉게 물들었는데- 새로운 구상을 할 때마다 나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2010년 10월 22일, 프랑스 앙굴렘
곱게 물든(그러나 사진빨을 못받은)집 앞의 나무. 2010년 10월 29일.

 

  성과 없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다 우연히 엉뚱한 곳에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어느 날 문뜩 재활용을 위해 놓아둔 와인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아마 멍 때리고 있었던 듯) 그러면서 '옛날엔 저런 병에다가 편지를 넣고 바다에 띄우곤 했지-'라는 생각의 말풍선이 뭉개 뭉개 피어올랐다. 그렇게 점점 이야기가 머릿속에 퍼져나가더니 우습게도 그 후로 물 흐르듯 전체 이야기의 짜임이 나왔다.

 지하세계(혹은 달나라)에 있는 '잊혀진 물건'들의 안식처, 그리고 그 물건들의 사연(사람으로 치면 유언)을 들어주는 동자와 토끼의 이야기.


(ㅇ_ㅇ)...


가끔은 갖은 애를 먹이던 문제가 상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조금 멋대가리 없이 내 번민은 끝을 맺었지만 이렇게라도 이야기가 틀을 갖춰나가면서 점점 작업에 탄력이 붙어가게 된다.

야아아아압!!!!!!!



이때의 작업 노트_자잘한 설정이 바뀐 부분은 있지만 큼직한 줄기는 처음 쓴 이야기 그대로 갔다.


이야기의 배경과 구성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졌다.


1.동자와 토끼가 살고 있는 지하세계의 이야기.

2.왜 물건들이 사람들의 세상에서 잊혀졌는지, 동자와 토끼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사연.


스토리 정리가 얼추 마무리된 후, 곧바로 테스트용 씬(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그건,

 다음 이야기#03에서 정리하는 걸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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