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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ul 03.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04

다양한 배경 속 토막 영상 만들기

2010년 11~12월


앞서 제작된 테스트씬을 통해 영상 전체의 느낌을 좌우할 컬러와 질감이 정해졌다. 

이제 영상 첫 부분을 장식할 '프롤로그 파트'를  구체화하기로 한다. 

<너.소.당>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프롤로그-본영상-에필로그


 첫 번째로 제작된 프롤로그 영상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는 용도로 쓰이게 된다. 처음 계획은 <너.소.당>을 졸업 전까지 완료하는 것이었으나, 15분~20분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 분량을 8개월이라는 기간 안에 홀로 소화하는 건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우선은 졸업 전에 프롤로그 제작까지 마무리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프롤로그를 구성하는 씬은 '잊혀진 사물'과 그들이 놓여질 '배경'에 따라 4개의 씬으로 이뤄지는데,

1. 다락방 씬 (라디오)  <-테스트씬으로써 기본 작업 완료.

2. 서재 씬 (책장 뒤로 넘어가버린 책)

3. 카페 씬 (우산)

그리고 위에 언급된 물건들의 영혼이 당도하게 되는, 

4. 지하세계(동자와 토끼가 사는 공간) 씬

 여기 등장하는 먼지 덮인 라디오라, 책장 뒤로 넘어가 누렇게 변색된 책, 그리고 매일 사도사도 다시 잃게 되는 우산 같은 사물은 내 경험에서 비롯된 설정들이다. 어느 때보다 빠른 물살에 휩쓸려 살아가는 지금의 세대에서 쉽게 잊는 것은 더 이상 죄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 잊혀진 모든 것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기 저기 예쁜 조명기구들이 도시를 장식하기 시작하는 시기. 

나는 2. 서재씬 + 3. 카페씬을 함께 매만지며 2010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창문 바로 앞에 설치되어있던 조명. 밤에 사진 좀 찍어둘껄ㅠㅠ..



'서재씬'의 초기 설정 이미지. 

화면 뒷부분에 놓여진 커다란 책장이 포인트다. 

아래 컬러와 조명의 추가로 다듬어진 최종 이미지 컷. 

화면 앞쪽에 꽃화분이 추가되면서 화면이 균형감 있게 풍성해졌다. 스탠드 불빛의 느낌을 자연스럽기게 연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카페씬의 초기 설정 이미지. '카페'라는 특정한 공간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었다.

최종 완성본과 비교해보면 인물들의 의상이 변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카페씬은 프롤로그를 통틀어 가장 작업하기 까다로운 씬이었다. 다른 씬들에 비해 컷 수가 많았고 세련되고 섬세한 느낌을 주기 위해 컬러나 빛의 느낌, 화면의 레이아웃에도 오랜 공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래 최종 완성 이미지. 이 씬의 메인이 되는 빨간 우산을 화면 전반부에 배치해서 관객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다. 


이 카페씬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빨간 우산의 존재감을 알리는 짧은 영상이 등장한다. 7~8초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빨간색 우산을 든 주인공이 다급히 뛰어가는 장면이다. 인물의 등장 없이 우산의 움직임으로만 표현된 이 장면을 나는 무척 사랑한다. 짧디 짧은 러닝타임을 위해 2주 넘는 기간을 통으로 쏟아부어야 했지만 만들고 가장 뿌듯했던 장면 중 하나다.  아래 그 영상이다.

싸랑하는 빨간 우산♡



 유학을 하면서 가장 지내가 힘든 시기가 바로 연말과 연초가 겹치는 12월 말~1월 초였다. 우리네 추석과 설날을 합친 것 같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2~3주간의 휴가를 가진다. 각자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떠나고 난 자리 위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물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사람들이 오가던 길 위도 자주 드나들던 건물도 일순간 휴식기에 들어간 듯 조용해진다. 이런 도시의 정적은 당장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을 더 아프게 상기시켰다. 그래서 이 기간엔 더 치열하게 작업에 몰두했다. 몸이 고달프고 일이 많아야 이런 마음만 눅지게 만드는 생각을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2011년 새해가 밝아왔다.

작업 일정 때문에 별스런 감흥도 없어하던 그때, 


아일랜드에서 뜻밖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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