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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술사

육친론에 관하여

by 무체

사주명리학에서 육친론은 사주의 여덟 글자를 통해 ‘나’를 중심으로 맺히는 관계망과 역할, 심리적 과제를 읽어내는 체계다.

이는 단순 가족을 지칭하는 명칭에 머물지 않고, 자아가 세계와 어떻게 주고받는지 등을 분석한다. 이에 따른 기준은 일간이다. 태어난 날의 천간을 중심에 두고 나와 같은 기운 및 내가 생하는 기운, 내가 극하는 기운과 나를 생하는 기운 그리고 나를 극하는 기운이 서로 어떤 각도로 만나는지 간명한다. 여기에 음양을 더해 십신 그러니까 비견, 겁재, 식신, 상관, 편재, 정재, 편관, 정관, 편인, 정인이 정해진다.


십신의 기본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비견은 나와 같은 오행·같은 음양으로, 형제·동료·‘또 하나의 나’를 뜻한다. 겁재는 같은 오행이되 음양이 달라 경쟁·견제의 기운이 섞인다. 식신은 내가 생하는 같은 음양으로 생산·표현·활동성, 상관은 내가 생하는 다른 음양으로 돌파·비판·창의의 힘이다. 재성은 내가 극하는 기운으로 소유와 현실 자원을 가리키며, 편재는 큰 흐름·외연 확장, 정재는 안정·관리·생활 기반의 성질이 강하다. 관성은 나를 극하는 기운으로 규범·직위·타율의 힘이다. 정관은 질서와 공적 역할, 편관(칠살)은 변동·압박·과제의 성격이 짙다. 인성은 나를 생하는 기운으로 배움·기억·보호를 뜻하며, 정인은 정통·안정, 편인은 비정규·독립·특이성으로 읽힌다.


으레 재성이 아버지, 정관이 여성의 남편, 식상이 자식으로 읽히는가에 대한 근거는 전통과 현실의 접점에서 설명하는 편이 안전하다. 우선 재성은 ‘내가 다루는 현실 자원’이므로 가부장적 가계 구조를 전제로 한 옛 해석에서는 아버지의 권위와 재정이 재성으로 투영됐다.

이때 편재는 외연·취득의 폭이 넓어 부계적 권능을 상징하고, 정인은 보호·양육의 성질이 강해 어머니로 보는 거다. 다만 실무에서는 아버지가 인성으로, 혹은 재성과 인성이 함께 드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정관이 여성에게 남편으로 읽히는 이유는 나를 극하는 관성의 본질 작용이다. 현대 환경에서는 같은 정관이 직장·직위·법제 등 사회 제도로 더 분명히 나타나기도 한다.


자식에 관해서는 식상이 남녀 공통의 ‘생산·표현’ 기운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다만 일부 전통 해석에서는 남성 명식에서 편관이 ‘내 통제 밖으로 커져 가는 존재’라는 상징으로 아들을 가리키는 보조 표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육친론은 고정불변의 답은 아니다. 원국의 구조는 물론 현대적 환경적 재해석도 필요하다.


해석의 요령은 단순하다. 첫째, 십신을 ‘사람’에만 붙이지 말고 ‘역할·사건·제도’로 폭을 넓혀 읽는다. 정관은 남편일 수도, 직장·자격·책임일 수도 있다. 식상은 자녀일 수도, 작품·성과·콘텐츠일 수도 있다. 또한, 성별은 전통적 기준일 뿐 절대 규칙이 아니다. 가족 형태와 노동 환경이 다양해진 지금은, 같은 십신이 다른 객체로 나타나는 일이 흔하다. 마지막으로 십신은 서로 겹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재성·관성·인성이 동시에 한 사람(아버지·상사·스승)에게 모여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 글자로 단정하지 말고, 월령·통근·합충형파해와 함께 무엇이 언제 전면에 올라오는가를 살펴야 한다.


요약하면, 육친론은 인간관계 도감이 아니라 자아 구조의 지도다. 비견과 겁재는 자아의 확장과 긴장, 인성은 기억·학습·보호의 저장고, 재성은 욕망과 생계의 무게, 관성은 사회적 규범과 과제, 식상은 창조와 표출의 경로다. 이 축을 잡아 두면, 한 사람의 삶에서 ‘누가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으로 해결하는가’가 또렷해진다. 성격론이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렌즈라면, 육친론은 관계 구조를 통해 삶의 과제를 배열하는 방식이다. 두 축을 함께 공부하면, 사주 해석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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