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음악 소설집'을 읽고 떠오른 단상들
스물셋, 첫사랑과 이별을 하고 소화시키지 못한 감정에 못 이겨 숨을 쉬려고 무작정 달리기를 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힘들 일인가 싶은데 그땐 왜 그렇게 못 견디게 힘들었을까?
겪어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이별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며 좋아했었는데, 처음 겪은 연인과의 이별은 난생처음 겪는 강도의 상실감을 주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어쩐지 그때처럼 절실하게 달리기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이별을 예감하기도 하고 조용히 슬픔을 삭이는 법을 터득해 간 것 같다.
그때 풍경 속으로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슷한 이별을 겪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간다는 게 놀라웠다. 내 슬픔에는 아랑곳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상이 낯설어지다가 어느 순간 눈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 구나, 어떻게 그 모두를 견디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까?’ 세상엔 수많은 슬픔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갈수록 삶에서 프로가 되면 좋겠지만 좀처럼 그렇지가 않다. 아무리 센 척하는 어른도 그 앞에선 자꾸 넘어지고 헤매고 눈물을 훔친다. 그래서 노래가 있는 걸까? 노래를 핑계 삼아 눌러 놓았던 감정을 증폭시키고 기억하고 쓰다듬고 위로하고자. 아직 다 하지 못한 말, 묻고 싶었던 말, 듣고 싶었던 대답, 갈 곳 없는 마음, 후회와 괴로움 같은 것에 정처 없이 방황할 때 음악 안에서 마음을 풀어놓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어떤 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면, 거기에 자신이 놓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중략)... 찾기 위해서죠.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금 여기서 그걸 찾아야 해요.” p.79
어느 날 햇살 아래서 산책을 하는데 그 순간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함께 걸었다면 좋았을 텐데, 재잘재잘 얘기하면서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갈 곳 없는 마음은 어디로 갈까? 세상엔 왜 그토록 많은 슬픔이 숨겨져 있는 걸까?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니까, 만남과 이별도 하나일까? 우리는 다시 만날까?’ 스치는 풍경 속으로 대답 없는 질문과 그리운 마음들을 토로하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그때도 어김없이 음악이 있었다.
음악을 다룬 소설집이라고 하길래 달달하고 감미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했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책을 읽으며 슬픈 감정들이 떠올라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 내게 가장 소중한 기억이 담긴 곡 하나를 소재로 글로 쓴다면 그 글은 어떤 표정의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